천일여행 220일째, 2016년 1월 26일(화) 애틀랜타/흐림, 비
아침에 잠에서 깨니 목이 꽉 잠겼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마지막 한 시간 정도 푹 잤으니까
‘잠에서 깨니’가 성립될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잔 건 잔거니까
아마도 중간 중간 잠든 사이 가슴을 쥐어뜯었나 보다.
화요일이기에 아침 모임에 갔다.
매주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간식당번과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오늘 예정된 분은 현재 회장이 당선 후 회원이 되었으니 3개월, 처음으로 당번 하는 날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같은 잘 아는 분 3명을 별도로 초청해서 모시고 왔다.
두 분이야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 다른 한 분은
한국에 있다가 매년 년말 쯤 와서 한두 달 애틀랜타에 와 있는 분으로
본인 말로는 1년에 강연 500회, 지구 한 바퀴씩 돈다고 한다.
자녀교육 세미나 겸 간증이라고 하니 참 좋은 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처음 진행은 좋았는데 교재를 읽고 토론을 시작할 무렵
진행자가 그 분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30분 동안 강연 다니는 이야기며 가정사를 혼자 이야기하였다.
좋은 이야기 이긴 하지만 예고도 없이 모임의 흐름에서 너무 벗어나는 것
상당히 당황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였다.
회장은 개인 일로 오지 않았기에 중간에 회장에게 메일을 쓸까 하다가 참았다.
급하게 쓰면 실수가 있을지 모르고 추후에 방향이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에
생각할 여유가 필요했다.
결국 오늘은 원래하기로 했던 교재는 못하고 끝나면서 아침식사하러 가자고 하는데 거절하고
오랜만에 야외운동하러 갔다.
바람이 차가웠고 오후에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로 잔뜩 흐렸지만
온도가 올라 갈 것을 예상하며 기분 전환도 할 겸 걷기로 한 것이다.
겨울이라 잔디가 누렇게 변하긴 했지만(오늘 걸은 곳은 겨울 잔디가 없는 코스)
발바닥에 느끼는 폭신함이 무릎을 통해 허리까지 부드럽게 전해진다.
매일 기계위에 걸으며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17일 이후로 거의 10여 일만에 걷는 것이니 색다르게 느낄 만도 하다.
운동을 마치고 클럽 샐러드를 Togo해서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역시도 내가 만드는 샐러드와는 다른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공장에 전기와 물 호스를 고쳤어
기계를 연결한 콘센트가 누전 되서 불이 번쩍이는 데도 공장직원들은 그냥 쓰는 거야
물을 함께 사용하는 곳이라 감전 위험도 있고 그러다 사고 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어제 돌아보는데 그때서야 이야기를 하더라고
또 다른 곳은 물이 새는데 그냥 사용
바닥이 젖어 미끄러지는데도 상관 안한다.
물이 새서 버리지, 탱크에 물고여 펌프 작동하니까 전기도 허비하지
한 곳은 그럭저럭 손 봤는데 다른 한 곳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구리용접이라 내가 손 댈 수 없는 데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일 하는 중에는 거의 불가능 하니까 어쩌면 일요일에 나와서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우선 방법을 강구해야 하니까 며칠 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저녁은 현미밥에 김, 김치, 황태콩나물국에 연어머리구이를 먹었다.
연어머리구이는 먹을 게 별로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크기가 있어 구우면
발라 먹을 살이 제법 나오는데 예전에는 무지 쌌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많아 그런지
값이 제법 나가는 게 미국이민 초기 소꼬리가 싸서 물리도록 먹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값이 올라 물었더니 찾는 사람이 많아 그렇다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오늘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서예비치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다 읽었다.
550페이지에 조금 큰 책, 작은 글씨로 다른 서적 같으면 두 권 이상으로 만들었을 분량이다.
2차 대전 중 독일과 싸운 소비에트 연방의 여자군인들의 이야기인데
이를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이라는 새로운 장르인데
저자가 전쟁에 참여한 오백여 명의 여자를 만나 질문과 답을 정리한
다큐멘타리 산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자들이 어떻게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떻게 전쟁을 하였으며
전쟁에서 돌아와 어떤 정신상태였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지금까지 듣도 보지도 못한 숫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다.
전쟁은 여자를 부르지 않았는데 그녀들은 스스로 참전하였고
전쟁터에는 여자들이 있기에 험하고 부적절한 곳인데 그녀들 스스로 싸웠고
전쟁에서 겪은 일들로 인해 그녀들은 정체성을 잃었고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 만으로 그녀들은 정상적인 여자로 대우받지 못했고
그래서 40년이나 죄인처럼 침묵하며 살아야 했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잃어본 소설 중에 가장 처참하고 처절하며 갑갑한 이야기
이를 모두 들으며 녹음까지 한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추천인(정희진)은 만일 ‘노벨 평화문학상’이 있다면 이 책은 최초의 수상작이 될 것이라 했다.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4시 30분 이후론 말 한마디 없이 있
내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얼굴과 몸에 점점 열이 나는 게 왜 이러지?
일찍 자야 하려나 보다.
오늘은 잘 잤으면 참 좋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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