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여행산문집-

송삿갓 2016. 2. 3. 04:05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여행산문집-

 

책의 시작에 이렇게 쓰여 있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

 

어릴 적 내지는 이삼십 대 어딘가를 가면서

누군가 옆에 앉으면 굳이 외면을 했다.

마음속으론 옆자리에 젊고 예쁜 여자가 앉기를 바라면서

조금 불편해도 두 자리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자리를 찾아 걸어오면 저 사람은 아니길하였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오면 저 여자이기를하였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아니길 바라는 마음의 사람이 앉아 외면했고

그래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인데 누구면 어때?’하며 자위를 하기도 했다.

어쩌다 기다리던 사람이 앉으면 마음을 콩닥거리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슬쩍슬쩍 보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는 척 바깥만 바라보았다.

 

중학교 때이던가 시골을 다녀오는 고속버스 오른쪽 앞자리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는데

옆에 곱상하게 예쁜 아주머니가 앉았다.

화장을 짙게 하였는데 이상하게 콧잔등 부위에 검정색 반점 같은 게 있는데

화장으로 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은 무서웠다.

예쁜 얼굴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모습 때문에 가능한 접촉하지 않으려 몸을 움츠리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려 밖만 바라보던 일이 있었다.

중간 휴게소에서 내렸다 타니 그 아주머니가 먹을 거 뭔가를 주었는데

무서워서 끝까지 외면했던, 그래서 아주머니 손을 무안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 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옆에 앉아 주기를 바라는 여자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자라서 가장 부러운 사람 중 한 가지가 옆에 앉은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젊든 나이가 들었든 재미있게 대화를 하고

개인적이든 사업적이든 필요에 의해서 통성명은 물론 연락처를 주고받는 사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병률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나하고도 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편안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

낯모르는 여행지에 가서도 아무 곳에 들어가 먹을것과 잠자리를 부탁할 수 있는 사람,

예의와 위엄을 갖추고 상대를 편하게 하는 사람,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과 아주 많이 다른 내가 부러워할 사람이라는 느낌말이다.

 

나 또한 최근에 여행을 제법 많이 다니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본 것을 메모하고

가거나 오는 길에 느낀 것을 메모하고

나중에 정리도 그런대로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생소하다.

물론 누군가 함께 여행을 하거나 목적지에 가면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것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까지 하고 있으니

생소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일도 거의 없긴 하지만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여전하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 생활에서 일어나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잘 정리하고 메모하는 것도 재주 중의 큰 재주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맛있고 쫄깃하게 표현하고 정리한 것에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느낌과 함께 나도 그러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거기에 사진까지 곁들였으니 나 또한 그러고 싶다.

언젠가는 이렇게 참한 사진을 많이 넣은 글을 쓰고 싶다.

 

끝으로 표지 안쪽 저자의 소개를 재미있게 해서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자면서도 다니는 것 같아.”

그리고 살면서 매번 인정했다.

배멀미는 못 참지만 사람멀미는 즐긴다는 것을,

 

사람한테 다정하지만 사람한테 까칠하다.

자주 숨고 자주 간절하며 가끔 미친다.

 

February 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