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알베르 카뮈 -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한 반항?
카뮈의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정의로울 것 같고 가장 정의롭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정의롭지 못한 삶을 사는 강자
하지만 대부분의 약자들은 누구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모든 인간의 평등을 외치며 정의로움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평등하지 않고
약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착한 일을 하면 착한 결과 또한 기대를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페스트의 주인공 ‘베르나르 리외’는 의사다
아내의 병세가 나빠져 나을 것을 희망하며 다른 지방의 요양원으로 보내고
그 자리에 어머니가 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다
그러는 와중에 쥐는 죽어져 나가며 페스트의 조짐이 시작된다
이 책은 알제리아의 두 번째 큰 도시 오랑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페스트에 대해서
기자처럼 제3자가 사건을 기록해 나가는 식으로 설명이 되지만
끝 무렵에 기자가 주인공 리외 임을 밝힌다
아내가 아파 멀리 보내고 의사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까지 페스트와 싸운다
아니 페스트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환자인가 아닌가를 판정하는 것만으로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투쟁하듯이 피곤이 지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바른생활 내지는 도덕 책 같으면
리외는 페스트를 이겨내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으므로
병에 걸린 그의 아내는 완치되어 돌아와야 하고
그와 가까운 친구들은 페스트에 걸리지 않거나
걸렸더라고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게 착하게 산 사람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어야 하고
모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가?
페스트와의 전쟁이 끝날 무렵 사람들은 환희와 기쁨을 맞이하지만
가장 고생하고 가장 많은 일을 하고 한 번도 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은
주인공은 아내가 1주일 전에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
가장 가까이서 많이 고생하며 집에 함께 살던 도우미는 마지막에 페스트로 죽는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행, 즉 모순이다
오랑에 파견되어 있었던 기자 랑베르는 페스트로 도시의 입출입이 봉쇄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출하려는 시도를 한다
파리에 있는 예쁜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며 자신은 갇혀 죽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을 수없이 강조하는 사람이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성공이 눈앞에 온 전날 밤
나가지 않고 보건대 도우미를 자처한다
물론 탈출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전제를 하였지만
페스트가 물러나 아내가 도시로 들어와 재회를 한다
신문기자라 하면 사명감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라도 현장 취재를 해야한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자신을 살아야 한다며 탈출을 계획하는 게
올바른 기자 상으로 맞는 것인가?
사지에 몰리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강변하겠지만
기자라는 신분은 그래도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것이 정의로운 것 아닌가?
정의로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게 만연한 게 세상이다
그걸 모순이라고 하지만 그걸 정의라는 구호로 포장해서 감춘다
알베르 카뮈는 그 모순을 끄집어내려 하였던 것은 같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내가 바라보는 눈은 그렇다는 거다
모순투성이의 세상에 대해 항변하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려는 이야기가 페스트 같다
Decembe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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