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애경-

송삿갓 2016. 1. 22. 22:29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애경-

 

입국 게이트 앞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게이트로 나갈 때면

가끔 이런 상상에 빠진다.

누군가 몰래 마중 나와 있다가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오늘도 무정한 상상을 하다

게이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환영이라는 사인보드의 목적지가

마치 아를 향한 것처럼

그 다정함이 그리웠기에. p211

 

나는 공항의 이별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마중 나오는 것을 질색한다.

마중 나온 사람이 혼자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쓸쓸할까 하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출장을 돌아오는 길에

가끔은 작가와 같은 생각

사인보드를 들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내 이름이 없는지 살피며 걷는 것

한 편으로는

나는 아무도 마중 나와 있지 않아도 당당하다

내 자신을 위로하는 속절없는 자긍심

 

 

사랑이 0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더해도

빼도

항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수 있으니. p166

 

사랑은 나이를 불문하고 유치하다고 한다.

그래 사랑의 깊이가 더 할수록 더 유치한 것이 아닌가?

언젠가 남녀의 사랑은 80일이 지나면 변하기 시작한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아님 우리 사랑은 너희들과 달라

그렇게 자부하는 사랑도 변한다고 하는 내용이다.

나도 그랬다.

,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익숙해 질 무렵

조금은 소홀해 지는 것 같은 내 자신을 발견하곤

정신 차려라며 다잡곤 하며 발버둥 쳐 보았다.

너 변했어하는 말에 뜨끔하며

마음속 숫자를 세며 사랑을 다지기도 하였다.

결국 ‘80운운했던 것은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변하지 말라고, 처음처럼 늘 사랑하라는

아주 좋은 말임을 알았다.

 

, 오늘도 사랑한다.

내 사랑은 ‘0’이기를 다짐한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늘 있는 그대로의 사랑

 

작가는 여행을 떠난다는 건 빡빡한 현실에서의 도피나

못 말리는 방랑벽에서 나온 비정기적 탈출 해위는 아니다.

그건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관객석으로 잠시 내려놓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라 하였다.

 

, 적어도 지금의 나는

여행은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을 속삭이고

조금은 흐릿해 질 수 있는 사랑을

더 선명하게 추억하나를 새기는 것이다.

그 추억이 쌓이고 쌓여

먼 훗날 하나씩 꺼내며 사랑의 돼새김질을 위함이다.

나는 내 여행을 그렇게 믿고

()해도 그러리라 믿기 때문이다.

 

책에서 세느강이 흐르는 파리의 사진이나

사막을 줄지어 걷는 낙타의 사진을 보고

나도 저 추억이 있는데하며 반가웠다.

 

January 2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