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던 대로였다.
그의 엄마가 퇴근 했을 무렵인 오후 7시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퇴근을 해서 샤워를 하는 중인가?
조금 뒤 다시 전화를 하였으나 역시 받지를 않는다.
아들이 떠난지 정확하게 1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장례를 치르고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고
오늘 낮에 작은 아들마저도 근무지로 떠나
큰 아들이 떠나고 1주일 만에 덩그러니 부부만 남았다.
내가 가장 걱정하였던 것은
모두가 떠나고 그의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냉냉한 집에 불을 켜면서 찾아오는 공허함
엄마로서의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밀려오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몸부림치는 것이었다.
거기에 작은 아들이 훈련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6개월 뒤까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유골을 집에 보관하기로 하였기에
그 유골을 혼자서 바라봐야 하는 엄마의 쓰라림이 걱정되었었다.
그런 그 첫날 집에 도착해야 하는 시각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불안에 차에 시동을 걸면서도
유골이 있는 집을 방문하는 것에 유쾌하지 않은 것에
자식을 떠난 엄마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자책을 하면서
쉬지 않고 전화 다이얼을 돌리며 출발한다.
차는 왜 이리 막히는 것인지?
그리고 평상시 별로 느끼지 못하던 신호는
재촉하는 발길을 자꾸 잡고 늘어지는지 은근히 부화까지 일어난다.
가는 동안 집과 핸드폰을 번갈아 신호를 보냈지만
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음이 반복 될 수록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불안이 가중된다.
아니 어쩌면 아직 집에 오지 않고
찬거리라도 사기 위해 마트에 갔는데 내가 부산을 떠는 것은 아니겠지?
차라리 그랬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서도 한 손에 든 전화기 다이얼의 반복을 멈추지 않으며 집에 도착하였다.
집에 차가 있고 불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음산한 기분은 뭐지?
차를 세우고 집에 가까이 가는데 개 두 마리가 정신없이 짖는다.
문을 열려고 시도해 봤지만 잠겨 져 있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 보지만 개가 짖는 소리 말고는 반응이 없다.
침착하자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냥 울음소리 정도가 아니라
통곡을 넘어 처절한 몸부림의 소리다.
소리 나는 방향의 페밀리룸을 보니
그의 엄마가 박스 하나를 안고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울고 있다.
문을 열어 달라고 두드렸지만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들려도 관심이 없는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집을 다시 나와 뒤뜰로 가는데
평상시 쉽게 열리던 뒤뜰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럴수록 내가 침착해야 한다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문을 열고 들어가
평상시 알고 있던 장소에서 집에 들어가는 열쇠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뭄부림을 애처롭게 보면서도 아무일 없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린다.
여인은, 아니 엄마는 아들의 유골을 안고
자책하면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
첫 전화를 걸고 20여분 만에 도착하였으니
그녀는 적어도 20분을 넘게 저러고 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잠시 쉬게 해 보려고 물 한 컵을 따라 마시라고 하였지만
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겨우겨우 타일러 물 한 모금을 마시게 하지만
더 이상은 해 줄 일이 없다.
그 슬픔을 보고 있는 중에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음산함에
다시 내 자신을 자책하며
망자의 밝았던 모습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그렇게 1시간여가 흐른 뒤
그녀는 자신을 그냥 놓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울음을 그치고
망자의 아버지이며 그녀의 남편이 귀가하였다.
바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 왔다.
슬픔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에
그리고 몸과 마음에서 느끼는 음산함에
미안함과 자책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될 이와 같은 것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밤새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였다.
그리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상으로 회귀하였다.
걱정을 안고 말이다......
Nov 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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