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송삿갓 2011. 11. 29. 00:52

날아본 적 없는 새처럼

날개를 난 숨긴다

울어본 적 없는 것처럼

난 나를 감춘다

 

내일은 누가 될지

나는 나를 모른다

내 안이 어떤건지

괜히들 알려들지마

 

한국의 한 걸그룹 소속의 “가인”이라는 한 가수의

“가인(歌人)”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둘루스에 있는 한국 식당 서라벌에 가면

벽의 몇 군데 홀로그램으로 만든 벽화가 있다.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그림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며

꼭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은 홀로그램,

걸어가며 그 그림을 보면서 어느 것이 진짜일까?

 

고등학교 시절로 기억되는데

한 여름 뉘엿뉘엿 해가질 무렵

더워서 열어 놓은 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안쪽 유리와 바깥쪽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어떤 내가 진짜일까?

 

처음 가본 지역인데

예전에 다녀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눈으로 보여 지는 풍경뿐만이 아니라

향내를 비롯해 추억까지 다녀 간 곳 같은 느낌,

그럴 때는 지금의 내가 진짜일까 아니면 예전에 다녀간 내가 진짜일까?

 

도플갱어, 이중성, 가상현실, 홀로그램

이 네 단어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슬프거나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은 이렇게 주문한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뜻하지 않은 큰 행운이나 너무 좋은 일이 있을 때 이렇게 주문한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나

지금 내게서 일어나고 있는 일 들이

정말 현실이며 나일까 아니면

가상현실이거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에 읽은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읽고 나서 행복하거나 그리 나쁘지 않으면서

현실에 대해서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유쾌하지 않고

조금은 기분 좋은 우울함?

 

종이 끝을 테이프로 절반을 틀어 이어 붙여 만든 뫼비우스의 띠.

개미가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 표면을 이동한다면

경계를 넘지 않고도 원래 위치의 반대 면에 도달하게 되고

한 바퀴를 더 돌면 원래 위치에 도달하는

조금은 기이한 것 같은 현상과 같이

작가는 나와 또 다른 나로 구분하여

뫼비우스 띠와 같은 현상으로 설명을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항함치료 중 손톱과 발톱의 일부가 빠진 불편한 몸으로

두 달 만에 수작업 직접 썼다고 하며

(이는 타자기나 컴퓨터를 하용하지 않았다는 뜻)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주장한다.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칼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토, 일, 월 3일을 1, 2, 3부로 나누어

주인공 "K"가 현실과 가상을 혼동과 착각 하며

현재의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글의 내용은 조금 선정적이고 억지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 혹은 꿈일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것을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상상 혹은 꿈 사이에 의문을 가지는 것,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상은 아닐지?

아니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가인(歌人)과 같은 것은 아닌지?

 

내일은 누가 될지

나는 나를 모른다

내 안이 어떤건지

괜히들 알려들지마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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