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91일째, 2016년 4월 6일(수) 애틀랜타, 맑음
나는 퇴근길에 집에 들어오기 망설여지거나
저녁을 해먹기 싫다거나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때로는 바보 같을 정도로 집에 빨리 와서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그것을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거나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나
저녁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선뜻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지도 않았고 걱정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음 달 여행을 위한 비행기 예약도 생각했던 대로 잘 되었고
회사 또한 그리 나쁜 소식이 있거나 어려움도 없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른다.
오늘은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갔다.
오전에 조정해야 하는 일이 한 가지 있어 서둘러 운동하러 갔다.
걷는 중간에 Cart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2월에 구입해서 바꿨던 타이어의 살이 망가져 덜거덕 거리더니
결국 오른쪽 바퀴가 거의 주저앉아 몸을 틀어 앞바퀴와 오른쪽 바퀴 만으로
카트를 밀며 걸으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틀어서 걸어야 했던 허리가 힘들었다.
중간에 그만두려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렇다고 해도
차가 있는 곳 까지 걸어야 하는 것이 같아 그냥 걸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일 처리를 하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으며
바퀴 판매하는 회사에 클레임을 하고 카트는 이전에 빼 놓은 것 중
두 개를 골라 끼워 일단 작동하는 데 문제는 없게 고쳤다.
월초가 돼서 곧 CPA에 3월 세금보고 자료를 전달해야 하기에
은행의 입출금 Statement와 회사 컴퓨터와 맞추는 일과
매출, 수금 현황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숫자 자료를 한 참 확인하고 점검하느라 조금 어지러웠고
시간이 돼서 퇴근 한 걸 말고는 정말 무난한 하루였는데
집에 오는 것이나 음식 해먹는 것이 갑자기 편치 않게 생각되었다.
물론 금요일은 집 주변 막힐 것을 생각해 조금 서둘러 집에 와서
내려다보이는 도로에 많은 차들을 바라보면 ‘어디 가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집에 와서 문 여는 것을 힘들어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오는 것도 문을 여는 것도, 저녁을 해야하는 것도
그리 편하게 느껴지질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해의 조언으로 저녁은 계란찜을 해 먹었다.
계란 두 개에 물을 조금 넣어 포크로 풀고
스팸 1/3 통을 잘게 썰어 넣고 브라운버섯을 추가하여 중탕을 하였다.
어제에 이어 속이 그리 편치 않아 오늘도 누룽지를 끓였다.
김치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점점 짙어지는 건너편 숲을 바라보며
저물어 가는 하루를 견뎌낸다.
오늘 아침에도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기’로 다짐했는데
그래서 잘 지낼 줄 알았고 잘 보낸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처지는 것은, 그래서 먼 산 바라보듯 멍하게 있는 것은 뭐지?
아무래도 오늘은 저녁 먹은 게 조금 내려가면 일찍 자리에 들어야 하겠다.
내일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몸을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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