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93일째, 2016년 4월 8일(금) 애틀랜타, 맑음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더 춥다.
아침 일기예보로는 오는 일요일 조지아 북부는 얼음이 언다고 하니
4월의 날씨라기엔 너무 낮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출근해서 그야말로 빡세게 일을 했다.
해야 할 일이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딱히 외출할 일이 없으니 미뤄오던 자료들 대부분 정리를 마친다.
꼼꼼히 살펴보니 지난 년 말에 사하라에 다녀와서 2015년 세금보고 말고는
2016년 자료를 정리하지 않은 게 제법 되었다.
틈틈이 한다고는 했지만 게으름 때문인지 아님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건지
예년하고는 다르게 곳곳에 꼼꼼히 마무리 하지 않은 일들이 꽤 많이 보였다.
오늘 그런 생각을 하였다.
파트너하고 업무에 대한 의견 대립이 적어진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자료를 보면서 바짝 조이지 않다보니 Jonas가 느슨해 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다음 주는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타이트하게 관리하다 보면 조금은 의견대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더하게 된다.
점심은 어제 클럽에서 togo 해 온 클럽샌드위치를 먹었다.
먹으면서 ‘이리 자주 먹으면 질릴 만도 한데 나는 이런 거에 참 무디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 안보강연이 있어 외출해야 했다.
때문에 조금 일찍 퇴근하여 운동을 하고 쉬었다 Duluth까지 이동하였다.
6시 30분 행사, 이런 일정이 참 난감하다.
회사에 있다가 가자니 너무 늦고 집에 갔다가 가면 막히는 퇴근 시간에 올라가야 하고
성격 상 집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것
5시 50분에 출발했지만 거의 한 시간이 걸려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미리 나와도 비슷한 시가에 도착할 것이므로 나로서는 최선의 노력 결과다.
저녁을 먹고 시작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어이 없이 빗나가
도착했을 때는 예약된 장소의 자리가 거의 찼고 강연을 먼저 시작하였다.
오늘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70대 이후가 다수를 차지하였다.
어떤 분은 혼자, 어떤 분들은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강연 듣고
저녁 한 끼 해결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정도로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았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15년 혹은 20여년 뒤 저렇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강연을 듣는 시간 보다는 참석한 어르신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에 많은 눈길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와서 한국말이 서툴다는 강사는
공손한 태도와 유창한 한국말로 또박또박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 노력했고
그를 듣는 분들은 소싯적, 그러니까 한국을 떠나기 전의 한국 정세에 대해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열심히 듣기도 하고 어떤 분은 관심 없다는 듯 조는 모습도 보였다.
강연이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늘 그렇듯이 그렇고 그런 질문을 던지자
이미 양손에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있는 분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노골적으로 ‘그런 질문은 개인적으로 해라’고 핀잔을 주는 소리도 들린다.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라며 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주최 측에 넘기는 데
한 분이 끝내 질문을 하자 소심한 야유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오늘 메뉴는 선택권 없이 전원 동일한 ‘설렁탕’
이렇게 난감할 수가 있을까?
안 먹자니 안 그래도 늦었는데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잠자리 들기에는 무리인 시각
먹자니 먹고 나서 닥쳐올 거부감이 걱정이다.
그렇다고 혼자 탈출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라는 스스로 당위성을 만들어 함께한다.
내가 최근들어 특히 설렁탕 같은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사골 같은 것으로 잘 고아 낸 국물이 아니라
식당전문 준비 업체에서 업소용으로 미리 끓인 것을 데워 주던가
아니면 가루 같은 것으로 만들어 물에 풀어 끓여 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먹은 설렁탕은 국물이 껄쭉한 것이 가루로 만든 것을 풀어 끓였을 가능성 매우 높음
나름 배가 고프고 양은 채워야 하는데 밥은 많이 먹기 싫어
밥 조금 넣고 말아 국물을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집으로 내려오는 도중은 물론 먹은 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신물이 치받쳐 올라오는 게 속이 영 불편한 게 아무래도 오늘 잠 잘 자기는 틀린 것 같다.
운전하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해가 끓여 준다는 소꼬리가 생각나며
다음에 꼭 맛있게 먹어야 하겠다는 것으로 나를 위로하며 달래보지만
지금 당장의 속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잠은 자야 하겠지?
소화제라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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