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박범신의 고산자

송삿갓 2011. 12. 14. 23:55
눈이 많이 쌓인 고개

이미 하루를 마친 해는 할 일을 다 한 듯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노랗게 변한 햇살의 석양에 

눈이 어둠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퍼런 빛을 내며 아련함과 함께 추위를 더욱 느끼게 한다.

  

그것을 바라보며

재를 넘을까 말까를 망설이던 나그네

위험하니 하루 묵고 가라는 주막의 당부에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옷깃을 여미고 발길을 재촉한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에

짚신은 젖어들고

무명으로 감싼 발이 어는 듯 감각이 둔해진다.

  

재 마루턱에 다다를 즈음

해는 이미 내일을 준비하러 자취를 감췄고

길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발길을 잡는다.

  

눈에 띄는 큰 바위

굴이라 하기도 어설픈 공간에

몸을 움츠리고 우겨 넣는다.

나그네는 어느새 찾아온 밤별을 보며 한탄한다.

“아! 이렇게 또 하루가 머무는 구나.”

  

이 사람은 무엇을 갈망하며

신념에 따라

한 평생을 나그네로 살 수 있을까?

  

반겨주는 이 없고

떠남에 아쉬워하는 이 없어도

그는 그렇게 30 여년을 헤메였다.

그리고 탄생한 대동여지됴,

고산자 김정호의 삶이 그러했다.

  

많은 한족이 사는 간도를

지도에 넣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백리 독도를

목판의 크기 때문에 넣지 못함을 후회하였던

그, 고산자

  

사랑하는 여인이 비구니가 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조금은 비정상인 딸을 그리워하며

하라는 이 없었고 반기는 이 없어도

백성을 위해 붓 하나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던 나그네

그 고산자, 김정호

  

그는 왜 그랬을까?

  

박범신의 고산자를 읽고

인간의 신념과 갈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는 무엇 때문에 그리 갈망했을까?

  

Dec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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