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68일째, 2016년 6월 22일(수)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6. 23. 08:44

천일여행 368일째, 2016622() 애틀랜타/맑음

 

"Good morning, Steven!

"Good morning, Kenny!"

"How are you? Long time no see"

"Good to see you"

아침에 클럽에 도착 했을 때 예전에 골프로 자주 어울리던 Vietnam 친구를 만났다.

한 때는 클럽 안의 가장 큰집에 살면서 $50만가 넘는 차를 비롯해 가지고 있는 차만 해도

백만 달러를 훨씬 넘는 부를 자랑하던 친구다.

 

내가 클럽의 멤버가 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골프를 좋아해서 같은 교회나 주변의 한국 사람들과 주말이면 어울리다가

비즈니스를 위해서 회사이름으로 멤버십을 갖자고 했을 때 다른 동업자들이 반대하여

여의치 않았지만 개인 돈 달달 털어 멤버십을 가진 것이 2005년 가을 쯤 이었던 것 같다.

멤버십을 가지고서도 외부에 가서 많이 어울렸는데 매너나 룰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래서는 아무 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클럽에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독학으로 연습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을 때 클럽의 토너먼트에 나가면서 클럽 내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한국인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다 어느 시점부터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곤 클럽 내에서만 즐겼다.

매너 좋지, 룰 잘 지키지, 또 비즈니스에 도움 되니 그럴 밖에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미국 삶의 방법이나 자신감을 터득한 계기도 되었다.

 

2008Subprime financial crisis

이로 인해 4명이 동업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지금의 파트너인 Jonas

둘이 다시 동업 비즈니스를 다시시작 했고 남아 있던 먼저 회사는 결국 주인이 바뀌었다.

클럽에서 골프친구들이 가장 많이 떠나게 된 때도 이때다.

오늘 만난 Steven이라는 Vietnam 친구도 갑자기 사라지고 클럽 안에서 가장 비싸던 집은

은행으로 넘어가 1/3가격에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하다

몇 년 뒤 Lease to Purchase로 누군가 살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클럽 내 부동산 소식을 전해주던 부동산을 하던 한국인 골프 친구 또한

계속 안에서 살지만 멤버십을 반납하고 골프를 치지 않는 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었다.

이 즈음 클럽 안에 살던 많은 한국인들도 떠나고 어떤 집은 야반도주 했다는 말도 들렸으니

Subprime Mortgage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짐작 할만하다.

 

한 생을 살면서 친인척이나 학교 선후배 관계가 아닌 다음에

10년을 넘게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듯이 상당히 많은 골프친구들이 사라졌다.

물론 대부분은 그 일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가족관계 때문

또 어떤 사람은 건강으로 인해 보이지 않기도 한다.

 

Mike Baber라는 나이 70 넘은 변호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클럽 몇 개 들고 연습장에 나타나거나

토너먼트에서라도 볼 수 있었는데 올 들어 거의 보이지 않는 게 필시 건강 때문 일게다.

2년 전 Heart Attack으로 네 번째 수술을 하고나서 걸음걸이가 많이 좋지 않아서다.

어제만 해도 전반 9을 마치고 후반 9으로 가면서 잠시 스쳤던 Jim Hauer라는 친구만 해도

2~3년 전까지는 제법 팔팔하게 골프를 했는데 최근에는 스윙할 때 하체가 춤을 추는 게

앞으로 몇 년 지나면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에 골프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달랑 퍼터 하나 들고 수시로 순찰하듯 거닐면서

지나가는 사람 빤치 처다 보던 은퇴한 백인 노인이 한 분 있다.

작년 가을부터는 부인이 운전해서 오더니 최근에는 거의 보이질 않는 것 또한 건강문제 일게다.

이렇듯 지난 12~3년 동안 알고 지내던 골프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들고 났다.

오늘 아침에 만나 Steven은 다른 골프장 안에 조금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작년부터 클럽의 멤버가 된 다른 Vietnam 친구의 초대로 Guest로 온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보이지 않는 많은 친구들을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다.

 

오늘 점심은 클럽샌드위치

클럽에 코스에 카트를 끌고 다니며 음료나 과자 등을 판매하는 Marian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클럽에서 나를 가장 많이 도와주는 직원 중 한 사람이다.

걷고 있는 나를 멀리서 보면 미리 커피와 바나나를 준비하고 있다가 건네주기도 한다.

점심을 주문하러 Golf Grill에 갔는데 원래 일 하는 직원은 없고 메리안이 있다가

내가 점심으로 클럽샌드위치로 주문하니 “Too heavy하지 않느냐?”는 이야길 한다.

그렇듯 샌드위치는 나에겐 양이 너무 많은 편이라 대게는 두 번에 나눠 먹는다.

오늘 역시도 두 조각만 먹었는데도 양이차서 배가 많이 불러 나머지는 냉장고로 직행

 

Jonas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오늘도 코를 맹맹 거리며 말을 한다.

나도 그에게서 옮겨 받았는지 콧물이 자꾸 고이고 몸이 나른하면서 살이 아프다.

내일 토너먼트 잘 해야 할 텐데 몸이 이래서야 원~

 

퇴근해서는 아해의 말 대로 홍삼정, 꿀과 함께 타서 마시고 쉬었다 저녁을 먹었다.

꽁치를 굽고 카레에 어묵국, 콩나물무침, 마늘 피클로 상을 차렸다.

저녁을 먹고 나니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오늘도 핑계 김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까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