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367일째, 2016년 6월 21일(화) 애틀랜타/맑음
실은 어제 월요일, 퇴근할 때까지 Jonas를 보지 못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침에 어딘가 Measure를 하든가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있어 그러려니 했었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점심 무렵에 들어오니 그는 밖에서 전화를 하고 있고
책상위에는 Cherry Halls가 보였다.
‘며칠 전부터 감기 때문에 목이 잠긴다고 했었는데 아직도 그런가?‘
잠시 뒤 들어오며 인사를 하는 파트너를 보니 얼굴이 벌겋고 많이 상해보였다.
“What's wrong?"
"I'm sick"
"Go home"
"I can't. Because Chris is out of town"
"So?"
어제 밤에 잠을 못 자서 더 피곤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Jonas는 나 보다 10살 아래로 막내 동생과 동갑이다.
거기다 동안의 백인이라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 그런지 늘 젊거나 어려 보이는데
해가 갈수록 힘들어 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난다.
‘내가 저 친구 나이 때 어쨌지?’라며 10년 전을 생각하면 물불 안 가리고 일할 때였다.
그러다 2년 뒤 아파서 쓰러졌으니까 조심할 때도 되었다.
너도 나이가 젊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니 “알았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Out of town했다는 Chris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두 군데 일이 있다며 챙겨서 외출한다.
‘저 친구가 아프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제까지 선선하던 날씨는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어제 아침 뉴스에서 저녁부터 여름이 시작이라고 하였는데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이번 주말에는 다시 최고 열기의 낮이 될 것이라는 예보다.
오늘 전반 9에서는 그런대로 찬바람도 불고했는데 후반에 들어서니 푹푹 찐다.
가슴과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더위?
이틀 뒤 있을 토너먼트를 생각하며 하나라도 더 기억시키려는 집중으로 18홀을 잘 마쳤다.
그리곤 샤워할 때 물이 땀으로 젖은 몸을 타고 흐를 때 느껴지는 개운함
‘이래서 운동을 하는 거야’하는 것에 조금 나른함이 주는 쾌감까지를 잘 즐겼다.
점심은 클럽 샐러드에 샌드위치 한 조각
저녁은 김칫국에 대구머리구이, 콩나물무침, 미역무침이다.
며칠 전 사다 놓은 콩나물이 변하려는 조짐이 있어 오늘 모두 먹어야 해서
삶아 무치려다 갑자기 멸치로 국물내고 김치와 콩나물을 넣은 김칫국이 생각났다.
이것 또한 어릴 시절 서울로 이사와 오금동에 살면서 많이 먹었던 것이라
별로 좋아하질 않았는데 아해가 좋아한다기에 따라 찾게 된 음식이다.
연어머리구이는 아해가 좋아하지 않아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않는데
오늘 먹으면서 ‘내가 언제부터 생선 머리를 좋아하게 되었지?’하는 생각을 했다.
어두육미(漁頭肉尾)라서 꼬리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부터 부모님께서 중화요리 식당을 하게 되었는데
종업원들의 아침 식사에서 가장 많이 오른 반찬이 동태찌개다.
계절을 가리지 않았지만 특히 겨울에는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자주 먹었는데
우리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별도의 밥상이 없어 그들이 먹는 시간에 맞춰
아침을 먹어야했기에 나 역시도 동태찌개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의 종업원들도 남의집살이 하는 사람들이라
조금 더 맛있는 것, 조금 더 많이 먹는 사활을 건 식탐의 전쟁터였다.
그러다 보니 동태찌개도 살이 많은 중간 것이나 알 등이 먼저 없어지고
다음은 꼬리, 마지막 남는 것이 머리 부분이었는데
아버지는 어두육미를 이야기하며 처음부터 머리 먼저 덜어 드셨다.
아버지가 영광에 살던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끼니 거르기를 밥먹듯하면서
굴비가 상에 오르면 먼저 살을 대충 발라 먹고 다시 바싹하게 구어
뼈까지 씹어 먹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잊을 새도 없이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종업원들과 식사에 머리부터 드시는 데
장남인 내가 어찌 가운데 살을 먹을 수 있었겠는가?
다른 사람들 가운데 토막 살을 들이마시듯 후루룩 벗겨 먹을 때
나는 아버지와 머리의 뼈를 발라내느라 더디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면 남는 것 무와 양파, 그리고 국물이다.
그걸 하도하다 보니 생선에서 뼈 바르는 것 달관하게 되었고
나름 쪽쪽 빨아먹는 머릿살에 맛을 들이게 되었다.
이후 어디서든 식사를 할 때 메뉴에 생선이 있으면 머리부터 찾게 되었고
습관이 되다보니 머리도사가 되었다.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참을 대구나 연어머리를 찾은 이유는
급작이 떠나신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그리움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젠 혼자 있을 때 따로 생선머리만 먹는 것도 오늘부로 그만 둬야겠다.
오늘 콘도에 인터넷이 안 된다.
인터넷 회사를 바꾸면서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면 끝난다고 했었는데
늦어지는지 오늘 밤까지 해야 한단다.
저녁 먹고 잠시 되더니 설거지 끝내고 다시 하려니 또 멈췄다.
잠시 메일 박스를 다녀오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두 사람이 라우터 들고 다니는 폼이
복구하느라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으로 보인다.
내일은 잘 되겠지?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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