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71일째, 2016년 6월 25일(토) 애틀랜타/맑음, 무더위

송삿갓 2016. 6. 26. 10:38

천일여행 371일째, 2016625() 애틀랜타/맑음, 무더위

 

오늘은 답답하고 속상한 푸념을 해야 하겠다.

나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매너라는 생각이다.

원래 골프는 신사의 운동’, ‘신사의 규칙이라고 할 정도로 에티켓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나 에티켓은 함께 골프를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다.

 

미국에 사는 내가 이러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실력이나 인종,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에티켓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떠한 콤플렉스나 보상심리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 어디에 살아도 쉬운 인생은 없지만

태어난 나라를 떠나 크기와 색깔이 다르고

원래 사용하던 언어 대신에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에 사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애환과 애로가 있다.

누군가 아는 체를 잘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은 아닌가?‘

물건을 사러 갔는데 공손히 주지 않고 툭 던지면 인종차별은 아닌가?’하는 등 말이다.

 

스포츠는 조금 다르다.

그중에서도 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조금 더 다르다.

골프의 경우 예전에는 미국에서 백인 상류층 위주로 즐겼다고 하는 데

그래 그런지 더 신사적이고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전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종목이다.

아마도 시합을 하는 운동 중에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종목이 골프 일게다.

물론 어떤 사람은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올해부터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보면 분명 운동이다.

내가 잘 하면 그 만큼 충분한 대우를 받고 못해도 에티켓이라는 것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나처럼 다른 나라에 와서 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나를 주장해서 인정받을 수 있으니 좋아할 밖에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지배를 받고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어

가능한 좋은 환경, 좋은 사람과 골프를 즐기며 만족감을 찾으려 한다.

토너먼트를 악착같이 하려는 이유도 적어도 그곳은 공정한 플레이외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매너가 나쁜 사람과 자꾸 어울리면 나도 비슷한 사람으로 물들고 습관이 되기에

그러한 사람이나 장소는 가능한 가지 않으려 한다.

내가 매너 나쁜 사람을 Out 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을 빼고 대부분은 못이기는 체 하고 어울리기는 하지만 많은 골퍼를 아웃 시켜

한 동안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 옆에 가지도 않았다.

 

지금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Sugarloaf에 있는 Paul이라는 이탈리안계 골퍼인데

이 친구와는 10여년을 함께 골프를 했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이 친구 골프 매너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데 그리 오래 함께했다.

골프하다가 골프채 숲이나 물에 집어 던지고 부러뜨리기를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했다.

욕하는 것은 예사고 내가 자기보다 잘 치면 심통 부리기도 잘했다.

그럼에도 어울렸던 것은 심성이 착하고 뒤끝이 없었기 때문이고

어린애 같아서 금방 헤헤~’하고 반성도 잘 했었다.

함께 골프를 하던 친구 중 한 사람이 한국회사의 미국법인장 이었다.

이 친구와는 잘 어울리다가 골프매너 때문에 2년여를 함께하지 않기도 했었지만

위에 있는 Paul과 이웃집에 살았던 Roy의 중재

그리고 지병으로 오래 병원 신세를 지던 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위로해 줬던 것이 고마웠는지 미안하다며 다시 함께 어울렸다.

그러다 한국으로 발령 나서 가고 대신 온 법인장이 지금 골프를 함께하는 동갑내기 안 사장이다.

 

안 사장과 Paul, Roy가 주로 골프에서 어울리는 팀이었는데

안 사장은 Paul의 행동을 싫어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저 친구랑 골프를 치면 행복하지가 않다. 같이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던 어느 하루아침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Paul이 자기 뜻대로 잘 도지 않자

아이언 하나를 부러뜨려 집어 던진다는 것이 부러져 날카로워진 부위가

손바닥을 훑고 가면서 깊게 상처를 내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피가 흐르는 손을 휴지로 붕대 감듯이 하고 치는 데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 때마다 얼굴이 벌게져서 괴성 같은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조성하더니

8번 홀에서 벙커에 빠진 볼을 쳤는데 멀리 날아가자 말도 없이 카트를 타고 집으로 가버렸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최악의 매너를 보인 것이다.

그러고 그가 떠나자 안 사장이 나 저 친구랑 더 이상 골프 못 하겠다.”라며

송사장! 선택해요. 저 친구랑 할지 나랑 할지 정하세요.”

나도 Paul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그와는 골프를 하지 않았다.

Roy가 한두 번 중재해서 다시 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안 사장이 절대라는 선을 긋고

나도 받아들일 수 없어 오늘까지 함께하지 않았다.

 

지금은 마주 치면 나와는 “Hello!"하는 인사를 하지만

안 사장과는 서로 마주쳐도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체 한다고 한다.

어제 오후에 안 사장이 손님과 함께 골프를 하러 왔다가 연습장에서 Paul을 만났는데

서로 모르쇠로 연습을 하다 안 사장이 Starter에게 자기 시간 전에

미리 나갈 수 없느냐?”를 묻고 좋다는 대답에 1번 홀 티 박스에 가 있는데

StarterJim이 오더니 "Paul이 자기가 먼저 인데 왜 Mr. Ahn을 먼저 보냈느냐?“

화를 내며 따지니 그 팀을 먼저 보내야 하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나와 안 사장, 곽 회장 등 셋이 한 팀이 되었다.

최근 들어 곽 회장이 특이 부인이 없을 때 고집스럽고 매너 없는 행동을 자주 한다.

나와 안 사장은 불루-화이트, 곽 회장은 화이트-그린 Combination에서 치는데

통상적으로 뒤에서 치는 사람이 먼저 앞에서 치는 사람이 뒤에 티 샷을 하는 게 매너다.

앞에서 치는 사람이 앞으로 나가 있으면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드레스나 샷을 하는데 앞에서 움직이거나 보이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곽 회장이 우리가 티 샷을 할 때 앞으로 미리 나가서 이것저것 하며

움직이거나 부스럭 거리기도 하여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부인과 함께 나온 날은 부인께서 못 나가게 하거나 앞으로 가더라도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이 있도록 유도하는 데 혼자 나온 날은 앞에서 부산을 떤다.

어떤 경우는 자기 샷이 짧다며 미리 가서 치기도 하는데

치고 나서는 자기 볼이 어디로 갔는지 찾으러 가서 카트를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기까지 한다.

 

자기가 잘 안 되거나 또는 특별히 샷을 잘 하면 봐 달라는 듯이 더 폼 잡고 서 있기도 한다.

거기다 그린에 올라가면 뭐가 그리 급한지 먼저 퍼팅을 하고 남의 퍼팅라인 밟는 것도 예사

하루에 한두 번이야 연세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이해를 하지만

매 번 그러면 신경 쓰여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오늘 같이 무더운 날은 덥다는 핑계로 아예 방해할 작정인 사람처럼 행동하니 참 내원

 

안 사장은 승부욕이 참 강하다.

나를 어떻게 든 이기려하고 자기가 잘 친 홀은 약간 거들먹거리기도 하지만

못 친 홀은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카트로 가서 앉거나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원래 골프는 모든 사람이 홀 아웃 할 때까지 그린 주변에서 함께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특히 본인이 포기하거나 먼저 끝나면 핀을 잡아주고 다른 사람들이 끝날 때를 기다려

핀을 홀에 꽂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게 당연한 매너다.

안 사장은 그린까지 내려오지도 않고 카트에 앉아서 자신의 볼을 가져다 달라고 까지 한다. 그그것도 나와 동갑내기 친구 같으니까 가끔은 해줄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이 못 친 홀을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자주 반복되자 이러다 골프친구 잃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넌지시 그러지 말라는 듯 돌려 말하기도 하지만 횟수가 많아진다.

 

오늘 속상함과 답답함의 최고조는 18(5) 마지막 홀에서였다.

곽 회장이 지금까지 송-안이 같은 타수를 쳤으니

이 번 홀에서 이기는 사람이 오늘 이기는 것이라며 승부를 부추긴다.

셋이 드라이버 티 샷을 해서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졌다.

같은 자리에서 샷을 하니 곽 회장이 가장 짧아서 먼저 세컨 샷을 하였다.

볼은 높이 뜨지 못하였지만 중간에 카트 길을 맞고 크게 튀겨 페어웨이로 잘 갔다.

다음 내차례 후반 8홀 동안 1타 오버를 하여 욕심이 생겨 그런지 세컨 샷이 뒤땅을 치며

얼마 못가고 러프에 빠졌다.

마지막으로 안 사장의 세컨 샷은 잘 날아가 페어웨이 서드 샷 하기 좋은 곳에 떨어졌다.

나는 왼쪽으로 경사진 러프에서 칩 샷하듯 짧게 쳐서 안 사장 바로 뒤에 자리한다.

또 짧은 곽 회장 제일 먼저 한 서드 샷이 물에 빠진다.

다음 내 차례, 네 번째 샷이 조금 짧기는 하지만 그린에 잘 올라간다.

이어 안 사장의 볼은 이기려는 욕심에 너무 힘을 줬는지 뒤땅을 치며 물에 빠진다.

결국 나 혼자 그린에 올라가 있고 두 사람은 물에 빠진 것이다.

곽 회장이 서운 한 듯 볼 하나를 더 치지만 또 물에 빠진다.

 

카트를 타고 셋이 그린 주변까지 왔다.

내가 퍼터를 들고 그린으로 가는 사이

곽 회장은 볼 건지는 것을 들고 그린으로 내려가 볼만 찾다가 카트로 돌아간다.

안 사장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린에 내려오지 않고 가방정리를 한다.

결국 골프는 셋이 치고 마지막 홀 그린에는 나 혼자 퍼팅을 하는 꼴이 되었다.

보통은 자신들 볼이 없어도 적어도 마지막 홀이니 그린에 내려와 핀도 잡아주고

마치면 모자 벗고 악수를 하며 잘 쳤다”, 내지는 즐거웠다라고 인사를 하는 게

골프의 마치는 매너며 에티켓이다.

 

그린에서 혼자 퍼팅을 하고 있노라니 뭐 저런 사람들이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답답하고 속상했다.

퍼팅을 마치고 올라오면서 한 마디 했다.

무슨 사람들이 이래? 남 퍼팅 하는데 핀도 안 잡아 주고

안 사장 왈 더워서 그랬어

누군 안 덥나?’

안 사장이 잘 쳤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입은 다물고 그냥 손만 들어 답례 했다.

 

카트를 타고 차로 올라오면서 안 사장이 그런다.

곽 회장한테 그랬어. 앞으로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더워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순간 드는 생각 머지않아 골프친구 잃겠다

가방을 내리며 안 사장이 다음 주에 봅시다하기에

아니 안 돼요. 다음주부터 3주 동안 손님이 있어서 함께 못 합니다

꼭 오늘 마지막 홀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그건 내 느낌이고 이미 몇 번 이야기 했고 티타임에 못 들어오게 막은 것을

하지만 이런 것이 반복되다가는 머지않아 골프친구 바뀌겠다.

매너 없는 사람들이랑 신경 쓰며 하는 거 정말 싫다.

다시 클럽 내 다른 친구들과 쳐야 하는 건가?

 

집에 와서 옷장 정리를 했다.

정리를 하면서 버릴 옷 한 무더기를 챙겼다.

저녁은 김칫국, 카레, 김치로 먹고 챙긴 옷 무더기 들고 외출했다.

한국인 마트에 가서 고등어, 오징어, , 풋고추, 강냉이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Donation하는 곳의 box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트 본 것 정리하곤 팥 삶고, 저녁에 사온 무로 내일 먹을 무국 끓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 무지 더워서 애틀랜타 일부 지역은 100도가 넘었다고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