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73일째, 2016년 6월 27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6. 28. 09:09

천일여행 373일째, 2016627() 애틀랜타/맑음,

 

어제 일요일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잠을 잘 잔편이다.

머리가 약간 띵 해서 두통약을 먹고 잔 덕분도 있었겠지만

깊은 잠을 자다 눈을 떠서 Alexa에게 물으니 4,

그러니까 거의 여섯 시간을 깨지 않고 잤다는 뜻으로 최근 들어 가장 깊이 잔 거다.

6월 마지막 주일의 월요일 아침 고요하고 조용하게 출발 하지만 참 할 일이 많다.

우선 Jonas가 휴가를 가기 때문에 떠나기 전 함께 챙길 일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오늘은 차를 고치러 가야하고 수요일은 Dr. Office에 가야하고

목요일은 6월의 마지막 날이라 월 마무리와 함께 오후에는 Insurance Audit을 받아야 한다.

금요일인 71일 주급을 지급하고 저녁에는 드디어 아해가 온다.

그럼에도 뭔가를 빠뜨린 듯 아님 잊고 있는 것이 있는 듯 자꾸 두리번거리고 마음정리를 한다.

아마도 설렘이 더 부추기는 것 같다.

 

아침에 Aura Carland에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Drop 했다.

가기 전에 혹시 오늘 끝내지 못할 수도 있어 골프백 등 당장 필요 한 것들을 창고에 두고 출발.

 

문제는 콘도의 Parking lot을 올라가면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며 회전하면

운전석 바퀴 쪽에서 끄르륵 하는 소리가 난다.

아직 엔진오일을 갈 때가 되진 않았지만 소리 나는 것도 고칠 겸 해서 가게 된 것이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 때문에 도착하니 담당하는 한국 친구가

"또 소리가 난다구요?“

. 이 번에 못 잡으면 차 팔 겁니다

헤헤~, 보자구요

내가 조금 심한 농담을 했나요? 암튼 고쳐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거구요

자꾸 이러면 다음에 Acura 또 사고 싶겠어요?“

헤헤, 암튼 보자구요

실은 내가 Acura MDX를 연속해서 세 번째 타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차가 필요하시겠죠?”

, 주세요

 

서류정리가 끝나고 신형 MDX를 받아 나와서 잠시 은행에 들려 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원인을 찾았는데 엑셀레이터에 문제가 있어 부품을 Order했습니다.

내일 도착하니 다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회사로 돌아와서 혹시 몰라 내렸던 골프백과 콘도 올라가는 Parking Opener 등을 차에 실었다.

내일 끝나겠지?

 

오늘 뉴스를 보다보니 삼성전자에 직급을 없애고 출퇴근에 반바지를 입도록 하는데

미국의 실리콘벨리를 벤치마킹해서 바꾸는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구굴의 예를 드는 데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화를 주고자하는

의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것이 어제 오늘 시작한 것이 아닐진대

잘 변화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한국에 살던 90년대 초 볼 일이 있어 서울시청 앞에 있는 삼성 본관에 갔던 기억이 난다.

상당한 고위층을 만나야 해서 찾아 가는 데 아주 조용한 사무실이 그곳으로 알고 불쑥 들어갔다.

사람이 들어갔는데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고 쥐죽은 듯 조용하기에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몰라 넓게 훑어봤다.

내가 한 참 열심히 일 하던 때이고 직급도 꽤 있었기에 앞에 여직원이나 조무래기 보다는

조금 뒤 쪽을 바라보다 한 줄의 가장 뒤에 지긋이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띠어 다가가

뭔가를 물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조용하라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 입에 댄다.

소곤소곤 찾아 온 이유를 묻자 조금 신경질적인 작은 소리로 잘 못 찾아 왔다며 당장 나가란다.

뒤돌아 나오는데 들어 갈 때 비어있던 안내 Desk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가

거길 어떻게 들어갔으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는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데 이렇게 무서워요?”라고 물으니 회장 비서실이란다.

회장이 여기에 있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위층이라는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원래의 목적했던 사람을 만나 있었던 일을 설명하니

부장급 팀장쯤으로 알았던 그 사람은 부사장급 팀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물론 급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 회사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일제시대가 이랬을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수평적 조직이니 뭐니 하기를 20년이 지났는데 직급을 없앤다는 뉴스에

그리고 최근에 느꼈던 삼성제폼의 서비스에 대한 허술함에 쉽게 될까?’하는 부정적인 생각.

 

내가 보고 느끼기에 미국은 날라리 같은 일이 많다.

반바지, 칼라가 없는 티셔츠 출근(물론 공공기관은 다르긴 하지만) 같은 것을 보면

지나친 자유함에 질서도 조직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국가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 돈은 가장 말이 몰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잘 짜여진 시스템의 힘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미식축구(이들은 그것을 Football 이라고 하지만)

룰을 모르면 재미없고 어떤 사람들은 땅따먹기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에 시스템을 만들어 쿼터백이 팔뚝에 차고 작전도나 번호대로 움직인다.

누구는 어떻게 시선을 흩으러 트리고 누구는 어느 방향과 속도로 몇 발 뛰고

또 누구는 어느 방향으로 전력질주 하면 쿼터백은 그 중 누구에게 볼을 주는 작전도,

이게 머리 좋은 몇몇이 짜 놓은 시스템이고 나머진 그 도면대로 움직인다.

미국은 그게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각자 모두가 똑똑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잘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비판하고 헐뜯는다.

그럼 대안?

없다.

나는 회사에서 대안 없는 비판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

비판은 그냥 듣고 흘리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직원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함께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스템을 점검하고 의견을 들으며 보완하지만 일단은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

아주 작은 비즈니스에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이게 미국이라 가능하다.

한국에선, 한국인은 안 되거나 훔쳐 달아나 금방 비슷하게 따라하며 같이 망한다.

삼성?

글쎄다.

 

Jonas는 여전히 아프다며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심하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토요일에 또 의사한테 갔더니 그냥 감기란다.

주책없이 팽~~ 코를 풀기에

"I never seen like a you"

했더니 "I know. first time like long and deep" 라고 한다.

보통 감기는 10일 정도 앓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그 보다 오래가는 것이다.

덩치 큰 친구가 아프다며 엄살 부리는 것을 보며

에궁, 이 친구도 나이가 들어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데 Jonas가 뜬금없이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Market Size가 줄어 우리 매출도 따라 줄어 들 것인데

무슨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1. Sales & Marketing만 남겨 Remodeling 일만 하면서 Fabrication and Install은 완전 외주고 바꾼다.

 

2. 반대로 공장만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회사의 Sales만 받아 Fabrication and Install 만 한다.

 

3. 아예 전문가를 더 고용하여 회사를 확장한다.

 

하지만 3번은 검토 대상이지 가능성은 가장 낮고 1번으로 할 가능성이 가장크다.

 

그랬더니 다시

언제 은퇴 할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60까지는 일을 할 거라고 했더니

은퇴하면 회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다시 묻는다.

팔거나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을 묻기에 깊이 생각은 안 했지만

계속 가지고 있을 거고 생활보조비 정도만 계속 받으며 있을 거라는 대답을 하였다.

이 친구 아이들 커가고 조만간에 사립학교에 보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더 돈이 필요한데 내 생각을 떠 보는 것 같다.

이 같은 대화를 1년에 한 번 정도 반복한다.

그래서 가장 우선은 네 건강부터 찾으라며 대화를 종료하였다.

 

남자가 그리 감성적이세요?”

~”

책을 읽으며 놀랬어요. 남자도 이럴 수 있구나 하면서요

. 그래서 문제가 많지요

진짜 문제 있는 사람은 문제라는 걸 몰라요

퇴근길에 김치를 사러 들린 떡집의 동갑내기 여사장이 내 책을 읽고 하는 칭찬이다.

아니 칭찬이라기보다는 다른 특별한 말이 없기에 하는 말로 인식하면 너무 인색한가?

포기김치 한 병을 사서 현금을 내자

거기서 먹고 싶은 떡 하나 들고 가세요

?” 하면서 가리키는 선반을 보니 콩떡에 인절미 등 여러 가지 떡이 있다.

미안한 마음에 주저주저 하는데 거기 쑥바람떡 맛있으니 그거 가져가세요

하며 떡을 들자 늘 그렇듯이 가래떡 한 줄을 랩에 싸서 주고

거스름돈까지 꼼꼼히 챙겨준다.

집에 와서 에스프레소에 쑥바람떡 두 개를 먹고 남은 것은 냉동실로 직행

 

점심은 샐러드 도시락, 저녁은 누룽지에 어제 만든 고등어조림, 풋고추에 쌈장, 김치

이렇게 차렸는데 어제 저녁이랑 메뉴가 똑 같아 어묵볶음을 보탰다.

저녁을 먹기 전에 운동을 했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많이 고단하다.

오늘도 일찍 잠자리로 향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