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74일째, 2016년 6월 28일(화) 애틀랜타/흐리다 맑고, 오후에 소나기로 습함

송삿갓 2016. 6. 29. 08:47

천일여행 374일째, 2016628() 애틀랜타/흐리다 맑고, 오후에 소나기로 습함

 

악몽 속에서 제발 이게 꿈이기를하다가 깨는 경우가 있다.

깨었다 다시 잠이 들면 악몽은 사라지고 꿈을 꾸지 않던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좋지 않은 꿈을 꾸다 깨서 다시 잠들어도 같은 꿈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를 꿈 이어 꾸기라고 하는데 이런 날은 깊은 잠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묵직하고 기분 또한 좋지 않다.

어제 밤이 그랬다.

참 내원, 늘 골프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꿈에서도 골프를 하는데 장소는 한국,

그럴 리가 없지만 골프장이 허술하고 참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홀은 티 박스를 조금 큰 수건 한 장 크기의 돌 위에 만들어

어드레스를 하는데 팔도 제대로 뻗지 못할 정도로 작아서 옹색하게 준비를 하고

스윙을 하다 티 박스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고

어떤 홀은 그린이 거의 절벽 수준의 언덕에 있어 치면 굴러 내려오기를 몇 번 하기도 했다.

그러다 잠에서 깨서 화장실을 갔는데 이제 그 골프장에서 벗어났다싶었는데

다시 잠에 들고 또 그 골프장이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중간에 어떤 홀에 다가가니 젊은 남녀 두 사람이 웃으며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를 하곤

내가 밀고 가는 카트를 받아 티 박스 근처까지 옮겨 주는 친절함도 있었지만

질퍽한 티 박스에 힘들고 가슴 졸이게 하는 좁은 페어웨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꿈에서도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하는 불만을 삼켰다.

아침 몸을 일으키는데 정말 힘든 코스에서 골프를 한 것처럼 묵직하고 욱신댄다.

 

아침 운동하러가는 길

집에서 출발하고 얼마를 지나자 길이 조금 젖어 있다.

소나기가 온다고 하더니 우리 동네는 안 오고 여기는 왔나?‘

골프장을 들어서는데 많은 Push Cart와 아이들, 부모들이 보인다.

Tee Sheet에서 <US Kids Golf Tournament>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연습장에 올라가니 아주 작은 아이에서부터 Elementary School 고학년 수준의 아이들까지

채를 휘두르며 연습을 하고 엄마/아빠들은 먹을 것 같은 박스와 함께 바라보고 있다.

클럽에 어제 밤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한다.

때문에 코스는 물기를 잔뜩 머금어 질퍽하기 까지 한다.

 

잠깐 연습하다가 보니 오늘 함께 걷기로 예약한 오영록 전한인회장이 등장한다.

지난 주 목요일 이었던가?

아침에 운동하러 나가지 전 연습장에서 만난 그의 부인 말

"송 사장님, 다음 주 화요일 저 사람 같은 티타임에 올렸어요

 

오영록 회장을 알게 된지가 얼마나 되었지?

내가 ROTC 회장 할 때니까 8년은 된 건가?

<ROTC 장학기금 마련 골프대회>에 선배인 박일청 사장이 초청하여

<식품협회장> 자격으로 참가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누군가와 클럽 안에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나치는 정도에 그쳤었다.

그래도 초대 손님에 모임의 회장이니까 나와 한 팀에서 골프를 하게 되었는데

시작부터 껄렁껄렁하더니 중간에 볼을 슬쩍 옮기는 것은 물론

그린에서도 다른 사람 라인 밟아 신발자국 내는 것에 퍼팅도

우리 친선 게임이니까 그냥 들어 간 걸로 합시다라며 대충대충 마무리 하였다.

초면이시고 오늘이 그래도 명목이 대회인데 그러시면 안 돼죠했더니

다 아는 사람들끼리 뭐 그렇게 까탈스럽게 하느냐?” 고 응수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골프매너 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앞으로 가고 있는데 전반 9 끝나니 바쁜일이 있다며 가버렸다.

초대한 박일청 사장에게 어떻게 저딴 사람을 초대 하냐?”니까

나도 저런 사람이란 걸 몰랐다.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그 일로 앞으로 만나지 말기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한 참을 지났는데 클럽에서 만났다.

Starter가 와서 Korean이 같이 쳐도 좋으냐고 묻는데라고 해서 바라보니 그다.

단 칼에 "no" 하고 잘랐다.

그 뒤로 몇 번 인사를 해도 그냥 형식적으로만 하고 말았다.

 

다시 조우한 것은 내가 CBMC 회장을 할 때 그가 한인회장 출마를 했다.

모임에 와서 인사를 하겠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앞으로 CBMC회원으로 열심히 봉사하겠으니 지원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

그러려니 했는데 얼마 뒤 한인회장 출마 광고 경력 란에 <CBMC 임원>이라고 표기 되어 있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임원을 했었나하고 자료를 찾아봤는데 없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역기 없다

박일청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유를 물으니 자세히 설명은 안 해도 양해가 있은 듯 하였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빼라고 했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 잘 할 테니 넘어가 달라

잘 하면 임원 시켜 줄지 검토 해보겠다며 단칼에 잘랐다.

 

얼마가 지났나?

한인회장이 되고 피치 못하게 클럽에서 골프를 하게 되었다.

다소 곳이 오더니 함께 치자며 읍소를 하였다.

룰이나 매너에 많이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함께 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난 주 그의 부인이 내 티타임에 넣었다며 부탁하였다.

묵묵히 걷는데 힘들어 헉헉 거리면서도 여러 가지 설명하며 가까이 하려 한다.

어제 월요일이라 Open하지 않는 날인데 한인들이 모여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오늘 그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애틀랜타 골프협회에서 60명만 초대하여

골프대회를 해서 그곳에 참석 했는데 한 사람이 술 먹고 주정부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최근에 자주 보이는 한국인이 손님을 초대하면서 ‘Family Guest’로 둔갑시켜

그린피를 적게 내고 그렇게 온 손님은 그 가격이 일반 가격으로 알기에

자기가 그런 것이 아닌 것은 물론 잘 못 된 것이라고 지적도 했단다.

클럽은 주말에 회원이 아닌 일반 골퍼들은 $180이다.

그것도 멤버가 함께 할 경우에 그렇고 멤버가 티타임만 잡아주고 함께하지 않으면 $250.

하지만 Family Guest는 대략 $90, 그러니까 절반 값에 치는 거다.

결과적으로 초대 받은 사람이 그린피가 $90으로 알고 있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것

 

Samuel Chung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 바로 우리 뒤를 쫒아왔다.

가끔은 부인과 함께 하지만 대체적으로 혼자 카트를 타고 골프를 하는 분이다.

혼자라서 앞으로 가라고 신호를 보내고 절대 가지 않고 뒤에서 느릿느릿 쫒아온다.

그 분의 장점, 시간이 많으니 디봇을 손질하며 골프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샷을 하고 뭉텅 날아간 잔디를 집어다 원래대로 하거나 모래로 덮는다.

보통은 자기가 만든 디봇도 그냥 가는데 그 분의 행동을 보며 나도 저래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운동을 마치고 Cart 청소를 위해 Golf Shop 앞으로 올라갔는데 반가운 사람이 나온다.

클럽의 직전Vice President2년 전에 승진해서 본부로 갔는데 오늘 만난 것이다.

"Hey, Vic, what's going on?"

"How are Kenny. Are you still walking?"

"Why not. Good to see you, Vic"

"Good to see you too, Kenny"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형제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가 클럽에서 근무 할 때 내가 걷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2시 이전에 못 걷던 룰을 풀어줬고

Push Cart 사용을 못 하던 룰을 그와 담판으로 끌게 되었다.

By-laws에 없는 것을 건강을 위해 하겠다는 건데 막을 수가 없다며 흔쾌히 받아들여준 친구다.

그 이후로 그가 필요로 하는 행사나 지지가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가까워졌다.

여길 떠날 때보다 더 건강하고 밝아 보이는 것이 좋았다.

 

점심은 클럽의 샐러드를 사무실에 Togo해 와서 먹었고

저녁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아 미역냉국, 풋고추, 쌈장을 곁들여 먹었다.

제법 많은 일이 있었던 오늘도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