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에
그렇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무거운 몸으로
자욱하게 낀 안개의 아침을 맞이하였다.
바람 한 점 없는 아침을 걷다보니
안개가 나를 적신다.
머리를, 등을 그리고 내 안경을...
오늘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낼까?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느낄까?
아침운동을 마치고 박노해의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펼쳐든다.
평소에 나 잘났잖아 내가 제일 옳았잖아
모두가 나 같기만 하다면, 모두가 내 마음과 같다면,
세상이 금세 좋아질 거라고 했잖아
나는 잘 사는데, 바르게 사는데, 남들이 안 지키고 이기적이라
세상 질서가 이 모양이라고, 다 남의 탓, 사회구조 탓이라고 냉소했잖아
중략
또다시 사회라는 허공에 대고, 도덕이라는 철벽에 대고,
거룩한 소리만 골라서 하지 말고
조용히 네 자신을 돌아봐
욕망으로 질주하는 네 삶과 생활과 몸을 바로 봐
세상의 중심이라는 네 자신이 딛고 서고 망쳐온
저 작고 힘없고 말없는 얼굴들 속에 똑같은 한 하늘이 들어앉아 계셔
자 눈을 감아, 보이잖아!
네 탐욕을 더 이상 세상에 복제하지 마
네 사랑과 나눔과 보살핌을 세상에 복제할 수 있다면
아니, 복제한 듯 모든 존재 속에 이미 들어 있는 일체 평등한 참모습을
네 삶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박노해의 “인간복제”에서>
자욱한 안개를 보며
물에 비친 풍경을 보며 나를 바라본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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