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거짓이 아닌 거짓말

송삿갓 2016. 10. 18. 07:38

거짓이 아닌 거짓말

 

너 담배 피웠지?”

? 아니요,

쪼그만 놈이 담밸 피면 어떻게 하냐?”

“······”

담밴 누구한테 배웠어?”

외할머니요

이 자식이 거짓말 하고 있어

거짓말 아닌 데요

너 내일 엄마 모시고와

엄마 바빠서 못 오세요

이 놈이 또 거짓말 하네

무조건 내일 모시고 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아님 5학년인가?

동네 옆 공동묘지에서 두세 명이 길에서 주운

담배를 호기심에 한두 번 빨았는데

누가 선생님께 일러바친 거다.

 

여름방학 외갓댁에 가면

담배농사 밭이랑을 매다 쉬는 시간이면

외할머니는

집에서 농사지은 담배를

손작두로 잘게 썰어 비닐로 만든 쌈지에 넣고 있다가

손바닥만한 사각형 종이에

마름모방향으로 담배를 얹게 꾹꾹 눌러 말아

끝에 풀대용인 침울 묻혀 붙인 다음

한 쪽 끝은 담배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접고는

불을 붙여 피우면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너도 한 대 피워봐~ 맛이 꿀이여

입을 내밀어 한 모금 빨면

쓴 담배연기가 훅 들어와

얼굴이 빨개지도록 기침을 해 대면서

할머니 거짓말쟁이하며 쏘아보면

할머니와 이모는 자빠지게 깔깔대고 웃는다.

 

담배를 피운 이유가

할머니가 가르쳐 줘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아이들이 하기에

따돌림 받지 않기 위해

한 모금 빨고는 기침만 해 댔는데

누군가 찔러 바친 거다.

 

다음날

어머니 몇 시에 오시냐?”

바빠서 못 오신 대요

그럼 언제?”

시간되면 그 때요

거짓말 아니지?”

“······”

 

실은 어머님께 묻지도 않았다.

무서워서······

죽도록 맞을까봐······

 

말을 했어도

못 오셨을 걸 안다.

가을 김장철이라

밭에 배추 뽑는 일을 가기에

못가는 일이 생기면

저녁에 갈 연탄도 못 사기에

그러면 밤에 추워야하고

이웃집 불을 빌려

밥을 해야 하기에

하루라도 빠질 수 없는

한 철의 일이기에

학교에 올 엄두도 못낸 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나에겐 아니다

가난은 죄다

거짓이 아닌

거짓말을 하도록 하기에

가난은 큰 죄다.

 

Octobe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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