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절친
나에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정말 오래 된 친구가 있다
이 친구와의 첫 만남은 내가 태어난 곳
산골에서 살던 8살 무렵 추운 겨울 아침으로 기억한다
잠결에 누군가 내 머리를 쥐어짜는 느낌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던 기억이 첫 만남의 기억이다
대학시절엔 잦은 만남이 시작되었고
결혼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욱 잦은 만남의 친구가 되었다
하루에 거의 세 갑씩 피우던 담배를 서른 살에 끊게 한 것도
한 때는 몸을 가누지 못할 때까지 마셔대던 술도
거의 끊게 한 것도 이 친구의 소행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게 된 것도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기 시작한 것도
몸에 이것저것 장신구를 치장하게 한 것도 이 친구 때문이다
30대 초반 직장의 동료들에게
이 친구를 잘 달랠 수 있는 책도 생일선물로 받은 기억도 있고
내 스스로 이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한 책을 구입하여 탐독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줌에도
그리고 “제발!”이라는 나의 외침에도
스토커처럼 따라 붙어, 버릴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집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많은 약병들도 이 친구 때문이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부스럭 거리면
옆에서 “또 야?”라며 질투 섞인 잠결투정의 소리에도
말없이 일어나 조용히 달래줘야 하는 친구,
이 친구가 오늘 아침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
“또 한 판 할래?”
“아니야 오늘은 하루 쉬자. 제발~”
“생각 해 볼게”
고맙다 내 절친 ‘두통’
June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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