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을 그리며······
우리 손은 한 번 잡아 봤었나?
내가 까까머리 중학교 3학년 시절
내가 빌려 줬던 참고서 귀퉁이에
“공부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에 가서 만나자”는 너의 메모가
네가 나에게 준 첫 표현이었다.
상고머리 고등학교 3학년 말
네가 3년 만에 보내준 크리스마스카드가
놀라움과 환희로 춤을 추게 하였고
내가 대학준비를 하고 있다는 답장에
“원하는 대학에 꼭 가라고”했던 편지가
너의 세 번째 표현이었다
대학 1학년 6월
소나기로 질퍽거리는 들판을 물어물어 어찌어찌 너를 찾아
작은 중국집에 앉아 같이 식사를 했던 것이
너와 내가
단 둘이 마주 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으니
손 한 번 잡아볼 기회가 없었지
그날 네가 이야기 했었다
비가 많이 오는 일요일
뭔 일이 있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창밖의 비를 보고 있노라니
비를 맞으며 너에게 다가오고 있는 남자가
먼 거리였지만 틀림없이 나라는 것을 알아챘다는 너,
그 말이 지금도 내 가슴을 울린다
작열하는 태양이 좋다고 했던 그런 너를
그렇지만 아무런 기약 없어 헤어졌던 너를
내 가슴속에 “첫 사랑”이라는 세 글자의
화인(火印)으로 낙인 되어 있다
너도 나처럼
내가 “첫 사랑”이니?
화창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뜬금없이 내리는 소나기에
어린 가슴을 떨리게 했던 너를 그리며
첫 사랑을 되새김 한다
너 잘 살고 있니?
남편은?
아이들은?
지금의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봤으면 좋겠다
너도 그러니?
June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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