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첫 사랑을 그리며...

송삿갓 2012. 6. 26. 23:02

첫 사랑을 그리며······

 

 

 

우리 손은 한 번 잡아 봤었나?

 

 

내가 까까머리 중학교 3학년 시절

내가 빌려 줬던 참고서 귀퉁이에

공부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에 가서 만나자는 너의 메모가

네가 나에게 준 첫 표현이었다.

 

 

상고머리 고등학교 3학년 말

네가 3년 만에 보내준 크리스마스카드가

놀라움과 환희로 춤을 추게 하였고

내가 대학준비를 하고 있다는 답장에

원하는 대학에 꼭 가라고했던 편지가

너의 세 번째 표현이었다

 

 

대학 1학년 6

소나기로 질퍽거리는 들판을 물어물어 어찌어찌 너를 찾아

작은 중국집에 앉아 같이 식사를 했던 것이

너와 내가

단 둘이 마주 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으니

손 한 번 잡아볼 기회가 없었지

 

 

그날 네가 이야기 했었다

비가 많이 오는 일요일

뭔 일이 있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창밖의 비를 보고 있노라니

비를 맞으며 너에게 다가오고 있는 남자가

먼 거리였지만 틀림없이 나라는 것을 알아챘다는 너,

그 말이 지금도 내 가슴을 울린다

 

 

작열하는 태양이 좋다고 했던 그런 너를

그렇지만 아무런 기약 없어 헤어졌던 너를

내 가슴속에 첫 사랑이라는 세 글자의

화인(火印)으로 낙인 되어 있다

 

 

너도 나처럼

내가 첫 사랑이니?

 

 

화창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뜬금없이 내리는 소나기에

어린 가슴을 떨리게 했던 너를 그리며

첫 사랑을 되새김 한다

 

 

너 잘 살고 있니?

남편은?

아이들은?

 

 

지금의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봤으면 좋겠다

 

 

너도 그러니?

 

 

June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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