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586일째, 2017년 1월 26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 27. 10:06

천일여행 586일째, 2017126() 애틀랜타/맑음

 

오늘이 대장내시경 하는 날

어제 9시부터 2차 배설약을 먹고 10경부터 12시까지 본격적으로 쏟아 냈지만

그냥 노란색의 물과 가끔 섞이는 거품만 나왔다.

잠을 자겠다고 누워서 아침까지 몇 번 화장실 다녀왔지?

잘 생각나질 않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아랫배가 팽창하여 답답함이 느껴지면 화장실로 달려가 소변보듯 쏟고

닦고 물 내리고, 한두 번은 불을 켜서 내용물을 확인했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평상시보다 30분 늦게 6, 모닝콜

늦게 잠자리에 든 데가 아침 먹는 거 없고 스트레칭도 안 하니

나갈 준비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 6시 기상했다.

어머님께는 어제 저녁에 아침에 다른 일이 있어 통화를 못한다는 말씀을 드렸기에

준비를 마치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630, 동생이 Ride 하기 위해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7시 이전에 병원에 도착, 30분도 넘게 여유가 있기에

차 안에서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720분 병원에 들어섰다.

동생보고 930분쯤에 오라 하였지만 병원에 들어서자 너무 늦는다며

동생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Post it에 남기라 하더니 810분까지는 오라고 전화하란다.

집에 가서 두어 시간 쉬려고 이미 출발했던 동생은 차를 돌려 병원으로 왔을 게다.

아마 처음 생각 했던 대로 Driver를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곤란 했을 정도로 챙긴다.

 

몇 가지 서류를 쓰고 조그만 병실로 들어서니 조그만 플라스틱 백을 주며

옷을 모두 벗고 몸에 걸친 것 모두 빼서 그곳에 넣고 가운으로 갈아입으라 한다.

팔찌와 목걸이는 거의 뺀 일이 없었는데 풀어보려는 데 잘 되질 않아 한참을 헤맸다.

반지까지 빼려다 그것마저 없으면 아해와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아 일단 빼지 않았는데

링거를 꼽으면서 봐도 아무 말 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뒤가 터진 얇은 가운을 입고 오른 팔에는 링커 주사바늘을 꼽고 덜렁 혼자 있으려니

갑자기 혼자가 된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며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곤 아해가 곁에 없다는 것이 서러움으로 뛰어든다.

 

잠시 뒤 다른 간호사가 다시 생년월일과 이름, 담당의사 이름을 묻고는

내 옷 등이 든 플라스틱 백과 링거 백을 들더니 따라 오란다.

도착한 곳에는 지난 번 만났던 Dr. Nam과 간호가 두 명이 준비를 하며 날 맞이한다.

침대에 누우라 하더니 Dr. Nam이 다시 이름, 생년월일과

“Driver는 누구며 어디에 있느냐?“고 묻기에 대답을 하니

오늘은 어제보다 편할 겁니다.

검사를 하면서 용정을 떼어 낼 거고, 기기로 대장을 잘 못 건드릴 수도 있어

피가 나올 것인데 출혈이 심하지 않으면 이상 없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운전과 일 하지 말고 집에서 낮잠 자고 TV를 보면서 쉬라

주의사항과 당부를 하고 나쁘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간호사가

링거 줄 중간에 주사기로 약을 넣으면서 잠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 잠드는지 잘 기억할 거야라며 앞에 보이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말소리와 뭔가를 정리 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잘 끝났고 별 문제 없으며 용정을 몇 개 떼어냈고 1주일 안에 결과를 알려주겠다.”

옷 갈아입고 잘 가라고 해서 옷을 입는 사이 동생이 들어왔다.

차에 타서 시간을 보니 840, 정신은 몽롱하지만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거의 50여 분만에 집에 도착, //호두죽과 커피를 만들어 먹고 마시고

아해와 통화를 하다 잠좀 자려는 데 침대보와 이불커버가 지저분한 것 같아 갈고 취침.

1시간을 훌쩍 넘겨 잠자고 일어나 다시 아해와 통화를 하고

닭백숙, 무말랭이무침, 오징어젓으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9층에서 한 시간 운동했다.

 

다시 집으로 올라와 이불 빨래를 널고 널렸던 빨래를 정리하다 다시 아해와 통화

몸이 노곤하면서 자꾸 어디론가 깊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어제 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오늘도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고는 했는데

의사가 이야기 했던 대로 피가 조금씩 나더니 오후 한 번은 덩어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배가 아프지 않으면 괜찮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기에 그런 것으로 이해한다.

 

나른해진 몸을 달래며 오후를 보내다 저녁을 준비하였다.

북어콩나물국을 데우고 두부를 프라이팬에 부치면서 오이를 썰어 무치고

김치와 잡곡밥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밥 한 술 떠 입안에 넣고 꼭꼭 씹으면서 사각거리는 오이무침을 추가하여 씹어 삼키고

두부부침에 김치를 얹어 말캉거림과 아삭 씹히는 김치를 음미하곤

북어콩나물국으로 입안을 헹구며 다음 먹을 준비를 마치고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순서를 반복하며 저녁을 잘 먹었다.

요즘 들어 가능한 천천히 꼭꼭 씹는 식사습관을 가져보려고 노력 중이다.

전에도 여러 번 시도하다 멈추곤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다짐해본다.

 

저녁을 먹고는 내일 운동하고 입을 옷을 차에다 두고 올라와 조금 이르게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대장내시경 하는 날의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