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하루를 시작하며...

송삿갓 2012. 7. 17. 23:06

하루를 시작하며···

 

 

예전 한국서 회사 시절 보통은 남들보다 2시간 정도 빨리 출근해서

(교통이 막히는 시간을 피해 출근하는 습관 때문)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큰 즐거움이었다

 

 

서울 중심가의 사무실에 근무할 때는 남산 팔각정 근처 주차장에서

여의도 사무실에 근무할 때는 여의도 한강변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놓고 독서를 하기도 하였지만

주로 사무실에 앉아 혼자 사색하며 독서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공장의 일이 7시에 시작을 하기 때문에

시간 맞춰 출근해서 공장일 돌아가는 것 점검하고 나면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예전처럼 책을 읽지는 않지만

한 시간 정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의 정리를 하곤 한다

 

 

그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가끔 확인하는 두 곳의 인터넷 카페

중학교 동창들의 카페와 대학시절 통학을 하면서 우연히 만들었던 모임의 카페다

대학시절 통학을 하면서 만들었던 모임은 대학동문이나 후배가 있기에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 하면서도 개별로 간간히 연락 하다

어느 순간에 몇몇의 후배들이 주동이 되어 재결합 하면서

몇 명 되지 않지만 끈끈한 정을 이어가며 카페를 만들었다

 

 

젊은 대학시절에 이성간 묘하게 연결되는 관계가 있었기에

그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비밀처럼 간직한 젊음의 추억을 되새기며

모임을 이어가며 멀리서 근황을 알 수 있는 창구가 바로 인터넷 카페

 

 

그러한 반면 중학교 동창의 카페는 조금 다르다

40여년이 된 시간동안 만나거나 연락한 사람이 없기에

기억 속에 모습은 중학교 시절의 까까머리 남학생과 단발머리 여학생들

 

 

2, 3년 전 어느 날

작렬 하는 태양이 좋다고 했었던 동창생

아련한 추억속의 그 소녀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다 동창의 카페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문득문득 생각나던 그 소녀의 소식을 알까 해서

첫 발을 디딘 곳이 남녀공학이었던 중학교 동창의 인터넷 카페

 

 

그런데 그 소녀는 그곳에 없었고

그녀에 대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동창도 없었다

 

 

300명이 조금 넘는 동기동창 중 그곳에 가입한 사람은 100여명

그 중 절반 정도가 매일 그곳을 드나들면서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추억을 다지고 있다

 

 

남녀의 배분이 거의 반반인 그들,

오십 줄에 들어서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의 이야기까지를 풀어 놓고

가끔은 모여 술 한 잔에 노래방까지 즐기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면서 재미를 더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 카페에 올린다

똥배가 나오고 희끗 해진 머리에 모자와 선글래스로 폼을 잡고

주름 잡힌 얼굴, 넓어진 어깨에 조금은 짙은 화장으로 나름 멋을 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이 넘치는 사진이 대부분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굻어진 마디가 있는 손으로

불판위에 잘 익은 삼겹살을

파릇한 상추에 싸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먹여주고 받아먹는 모습이 정겹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의 철부지 소년 소녀의 기억만 있는 나는

몇 명은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대부분은 누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생각한다

내가 저 곳에 낄 수 있을까?

즐겁고 행복하게 수다를 떠는 저들 속에 과연 낄 수 있을까?

인터넷 카페에 그렇게 글을 올렸더니

한 친구가 이렇게 화답한다

! 걱정하지 마라. 5분만 지나면 휩쓸려 어울려 진다. 우린 동창이잖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나는 언제나 저 사진 속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작렬 하는 태양이 좋다는 소녀가 나타날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인터넷 카페를 들려 흔적을 남긴다.

 

 

앞으로

40년이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July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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