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595일째, 2017년 2월 4일(토) 한국/인천공항, 용인수지

송삿갓 2017. 2. 5. 08:12

천일여행 595일째, 201724() 한국/인천공항, 용인수지

 

애틀랜타를 출발한 비행기는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캐나다. 알라스카를 지나면서

러시아를 향해 쪽으로 가다 중국에 들어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와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시 40분 전 도착안내방송에서 현지시각은 24일 토요일 오후 네 시 몇 분

현지 기온은 섭씨 7, 구름이 많은 편이라고 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청사로 가는 길에 트램을 탄다.

예전에는 그런 기억이 없다하며 이동해서 입국심사장에 다다랐을 때가 다섯 시 삼십 분경

국적을 바꾸고 매 번 느끼는 감정이지만 외국여권줄에 서는 것이 생소하다.

긴 줄의 꽁무니에 자리하여 따른지 얼마 되지 않아 내 뒤 줄줄이 꼬리가 늘려가는 데

절반 이사이 사람들이 중국말을 쓰고 백인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 말 같다.

 

입국심사에서 지문을 찍으라 하는 것도 생소하면서도 내가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

가방을 찾고 용인행 공항버스 타는 곳에 도착하니 한 대가 서 있다.

표를 사는데 내가 내려야 하는 곳이 긴가민가 하다.

어디까지 가세요?”

수지의 무슨 공사인데요?”

지역난방공사요? 칠천칠백 원입니다.

카드를 내니 외국카드라 안 된다며 현금을 내란다.

애틀랜타를 떠날 때 가지고 있었던 만 오천 원이 있었지만

집을 찾고 마지막 문을 나설 때 은행창구에서 오백 달러를 환전했는데 딱 오십오만 원이었다.

만 원짜리 지폐를 내자 표와 거스름 돈을 주면서

저 앞에 보이는 7번 타는 곳에 지금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니 얼른 가서 타시고

만일 버스가 떠났으면 다시 와서 표를 바꾸라고 한다.

서둘러 버그타는 곳을 갔지만 버스가 막 떠나면서 손을 흔들어도 매정할 정도로 그냥 간다.

다시 표 파는 곳으로 와서 표를 바꾸는데 여섯 시 십오 분 출발 하는 승차권으로 바꿔준다.

7번 타는 곳에 줄을 서서 있는데 버스에 가방을 실어주는 도우미가 내 앞에 있는 노부부에게

여기 계시면 추우니 저 안에 계시다가 버스가 오면 나오세요

노부부는 뭔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자

걱정하지 마세요. 지정석이라 버스가 도착해서 줄을 서도 안 늦어요

그 때서야 손에 쥐고 있는 승차권을 보니 좌석번호가 있었다.

예전에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에 당연히 줄 서는 순서대로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앉으면 되는 것으로 알았던 거다.

그 때서야 정신을 차리면서 차가운 바람의 한기가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한 참을 졸고 있는데 방향트는 느낌이 들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유리를

커튼으로 닦으니 벌써 고속도로를 빠져 나가야 하는 동수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는 곳에 도착해 짐을 꺼내고 시간을 보니

금요일 오후인데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머님 집에 도착, 기우뚱하며 다리를 저는 어머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추운데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하면서 나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큰 가방을 빼앗으려 한다.

이거 어머님 안 돼요, 제가 할 게요

가방을 집 안에 끌어 들이고서야 어머님과 포옹하며 재회의 반가움을 나눈다.

 

출발하기 전 어머님과 통화할 때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저녁 준비 많이 하지 말라고 했었다.

금요일 저녁 도로가 밀려 늦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저녁 먹고 자는 게 속에 부담되어

힘들어 할 것 같고 많이 먹지 않은 것을 준비하는 어머님의 수고를 덜고자 당부했었다.

애비가 밥하지 말라고 해서 죽을 끓였다

그 때만 해도 그냥 죽으로 알고 에이 누룽지 한 그릇이면 되는데요

혼자 사는 노인네가 누룽지가 어디 있니? 낮에 모란 장에 얼른 다녀왔다

그 때서야 그냥 죽이 아니라 닭백숙인 것을 알게 되었다.

 

설에 만든 우리 집 특유의 소 허파로 만든 전은 물론 대구 전과 동그랑땡,

김치에 물김치, 브로커리 삶은 것에 당근, 그리고 미나리를 데쳐 동그랗게 만 것은

주로 야채를 많이 먹는 나에 대한 아주 특별한 배려다.

샤워를 하고 먹을까 하다가 틀림없이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린 어머님을 생각해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어머님의 성의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마음에 닭다리 하나까지 먹었다.

 

샤워까지 마쳤을 때 많이 먹은 부담감에도 고단함이 밀려와 몽롱해진다.

어머님 가장 가까운 친구인 TV를 함께 보면서 앉아 있는데 몸이 자꾸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결국 아홉 시 조금 전에 어머님 저 잘께요하면서

어머님이 미리 봐놓은 잠자리에 오랜만에 느끼는 묵직한 솜 이블 속으로 몸과 마음을 숨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