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52일째, 2017년 4월 2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4. 3. 09:56

천일여행 652일째, 201742() 애틀랜타/맑음

 

아침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쩌다 느끼는 고독한 뒤에 따라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리움, 아님 허전함

 

모닝콜에 몸을 일으켰을 때 오늘도 시차의 후유증인지 머리가 묵직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억지로 밀려나는 듯 약간의 두통이 꼬리를 감추고 개운함이 반겼다.

 

클럽에 도착해 준비를 마치고 연습장에 올라가니 두 사람이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골프클럽 두 개로 연습스윙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는 데

그 중 한 사람이 다가오면서 자기 들은 둘이고 나는 혼자고

자기들은 백을 메고 걸어야 하고 나는 Push Cart가 있으니

내가 먼저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향을 묻는다.

원래 내가 첫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시간을 만들어

이름도 없이 ‘Member Walk'라며 들어 온 사람들인데 최근에 Join 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여유 있게 걸을 요량으로 둘이 먼저 가라고 하자 자기들이 늦을 텐데 괜찮겠냐?“고 반문한다.

단호하게 "I don't care"라고 하자 멋쩍은 듯 "It's up to you"라며 돌아선다.

걷다보니 정말 늦어 앞에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들은 다행이 9홀로 끝

 

어제 토너먼트를 한데다 한참 만에 걷다보니 여기저기 볼이 많이 널려져 있어

그것을 수거하느라 오히려 조금 늦게 걷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운동과 샤워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가서 지난 번 문제 되었던

429Tee time 문제를 파고들었다.

 

클럽하우스 ManagerChad가 이미 On line tee time management 프로그램 개발회사에

메일을 보내서 문제를 이야기하였지만 자기들 문제는 없는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는데

둘이 앉아 여러 가지 경우를 확인해 보았지만 확실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다행이 일부러 내 이름을 뺀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 오류로 추정되어

다시 문제제기를 하며 수정을 요구하는 선으로 마무리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빵에 씨리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잠시 쉬다가 아해와 통화를 했고

이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후시간을 보냈다.

 

저녁 메뉴는 계란과 버섯을 섞고 소금으로 간한 계란찜에 어제 만든 오이무침과 김

저녁을 먹고 쉬다가 설거지를 하려니 슬쩍 꾀가 난다.

혼자 사는 게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니 미뤄서 지저분하게 살든가 아님 치우든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잠시 처졌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절대 미루지 않고 살기로 했었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 낮에 골프장에서 Marshal이 했었던 농담에 기운을 차렸다.

오늘은 Meadows부터 출발했는데 6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언덕을 걷는데

코스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기위해 지나던 Marshal이 반갑다고 인사를 하기에 답례를 했더니

"I do apologize good weather"

이 말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날씨가 좋은데 자기가 왜 사과해?’

하지만 이내 이 농담 참 묘한 매력 있다며 상큼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은 오늘 날씨 정말 좋지, 그렇지 않니?”

이런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머지 홀을 걸으며 푸른 잔디와 맑은 하늘을 보며 날씨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르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오늘 참 멋있는 농담 배웠다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조금 귀찮아 미루고 싶었던 설거지를 하면서 처지려던 마음에

낮에 들었던 멋있는 농담을 생각하니 꾀가 났던 내 마음이 사라지고 즐겁게 마무리를 하고

바르셀로나 몬세라트에서 산 국화차를 만들어 향기를 음미하면서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을 더듬었다.

 

내일부터 다시 일에 복귀해야 하기에 가방과 마음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건강하게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