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75일째, 2017년 8월 3일(목)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송삿갓 2017. 8. 4. 09:22

천일여행 775일째, 201783()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학창시절엔 9월이면 뭔가 이상한 일이 많았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안 좋은 일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경직되고

잘 안 풀리는 달이라 미리 겁을 먹고 조심하곤 했던 9월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년도가 금방 생각나진 않지만 8월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거꾸로 내가 아팠던 해를 기억하면 아버지 돌아가신 것을 헤아릴 수 있다.

쓰러졌었던 것, 4명이 동업하다 지금의 회사를 시작한 것, 아버지 돌아가신 것

모두 같은 해에 일어났고 2008년 이었으니 만 9년이 된 것이다.

8월 초 아버지와 마지막 통화했던 일,

나 갈 때까지 산소마스크 떼지 말라고 하곤 서울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이, 오늘이 그 8월이다.

아주 조심해서 사는 8월 말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왜 그게 생각났지?

 

오늘은 셋이 걸었다.

Eric 말고 Harrison Park이라는 한국인,

지난 4월인가 5월에 새로운 멤버가 되어 그의 Sugarloaf 첫 라운딩을 함께했던 친구다.

전에는 카트를 타곤 하더니 최근에 걷기 시작했다며 우리와 Join한 것이다.

 

지난 몇 번의 경험과 오늘의 경우를 보고 Eric이 나와 비슷하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습하는 도중에 자꾸 우리 둘이만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나

Harrison이 먼저 나가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18홀을 걷는 내내 말을 섞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며 경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5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 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새로운 것을 찾거나 변화에 대해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 같았는데

그와 함께하며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한 번 친해진 사람과는 아주 가까운 것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번 홀 진행할 때부터 Harrison의 몸 움직임이 뚜렷이 달라졌다.

12번 홀 드라이버 티 샷을 하곤

아직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이 쯤 오면 다리가 풀립니다

그래요? 점점 좋아지겠지요

그런데 저 친구는 백을 메고 참 잘 걷네요

나랑 동갑인데도 저렇게 잘 걸어요

동갑이요? 혹시 연세가?”

, 59년산입니다

저 사람도 59년이요? 저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데요?”

64년생입니다

내가 보기엔 40대 중반이나 후반쯤으로 생각했었는데 50이 넘었네하는 생각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 나이를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우쳤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Sales Office 바닥공사와

에어컨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몸이 심히 고단함을 느꼈다.

며칠 전부터 잔기침을 했었는데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아 약간 걱정,

그래서 오늘은 빨리 퇴근하기로 결정,

퇴근길에 Costco에 들려 멜론, 딸기, 아보카도, 체리 등의 과일을 샀다.

 

집에 도착해 아해와 영상통화를 마치고 침대와 베개 커버를 바꾸고, 세탁기 돌리고

지난 주말에 빨아 널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였다.

 

오늘 저녁에 미역국을 끓여먹기 위해 어제저녁 미역을 담가 놓았었다.

아해가 좋아하는 대로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끓이려 하였지만

그냥 담백한 국을 먹고 싶다는 궁리 끝에 냉동실에 있는 바지락을 넣고 끓였다.

먹어보니 생각한 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약간 불편한 속을 달래기엔 충분하였다.

샐러드 점심 먹은 게 불편했던 건지 아님 운동하면서 찬 물을 많이 마셔 그런지

퇴근길에 약간의 쓴물이 넘어오면서 속이 별로였는데 미역국이 도움 되었다.

 

저녁에 설거지까지 마치곤 잠시 앉아 쉬다가 내일 출근준비를 했다.

내일은 퇴근길에 풍년떡집에 들려 고추장과 포기김치를 사올 생각이기에

김치 병 여러 개를 박스에 담아 차에 미리 가져다 두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창으로 보이는 먼 곳을 보니 어느 곳은 밝고

어떤 지역은 소나기가 내리는지 캄캄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