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레를 전혀모른다.
이전에 발레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TV나 영화에서 발레를 관심 있게 본 일도 없었기에
발레를 보러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아틀란타 발레단 공연을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고 기쁨이 넘쳤다.
발레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아내와 아들, 딸 이렇게 넷이서 함께
토요일 저녁을 보낸다는 것에 감사와 기쁨이 가득하였다.
넷이 나란히 앉아 기쁜 마음으로 발레를 보면서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춤에 조금씩 매료되어
대화를 하듯이 공연에 빠져들어 즐겼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토요일을 보내고
연휴동안 읽을 책들을 정리하여 읽고
제일 나중에 잡은 책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1978년에 출판되어 30년도 더 지난 책은
누렇게 변하고 표지의 여기저기가 조금씩 찢겨졌고
책의 앞부분과 끝은 제본이 풀어져 언제 낱장으로 날아갈지 모르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에 사는 "김불이"
행복동은 재개발로 헐리게 되어있는 무허가촌 한 가정의 가장이며
아내와 두 아들과, 딸을 둔 가장이며
그의 조상은 대대로 노비로 살아온 후손으로
115cm 키의 난장이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으로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미꽃으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난장이의 아들 딸 들은
영수, 영호, 영희로
난장이가 아니고 특히 영희는 이쁘게 생겼다.
난장이와 그의 아내는 아름답고 큰 꿈을 가지고
아이들은 난장이가 아님에 감사하며 쉴 새도 없이 일하지만
가난을 면치 못하고 돈 때문에 아이들은 의무교육인 국민학교만 마치고
상급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
난장이는 자기가 지고 다니기에 너무도 벅찬 자루에
쇠로 된 많은 공구를 담아 메고
물이 잘 안 나오는 수도는 물론 닥치는 대로 고치러 다니는 사람이다.
몸이 작은 난장이라고 해서 고통이나 어려움이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들딸에게 자신의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더 큰 고통과 아픔을 안고 사는 가장이다.
가족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야 하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난장이”다.
50대에 들어서 보수꼴통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젊은이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신세가 되었고
자기 아버지가 그 보수 꼴통의 그룹에 속해있는지도 모르고
그 부류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아들 앞에서
“나도 예전에 내 아버지 앞에서 그랬었겠지?”하는 회한을 가지면서도
아들의 주장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야 하는
아들과 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난장이다.
내 아들과 딸은 절대로 난장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난장이.
아! 기쁘게 구주가 오셨다는 날에
날씨는 왜 이리 찌뿌둥 하지?
2012년 12월 25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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