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879일째, 2017년 11월 15일(수)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기를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알파레타의 한 곳에 아해와 갔을 때 전화벨이 울리자 차에서 내려
한 참을 심각하게 통화를 하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는
다음 근무지가 아프리카의 한 나라라는 설명을 하던 아해.
나는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아는 게 없었다.
단지 이제 막 잘 지내보려고 했는데 급작이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가슴만 쿵쾅쿵쾅, 할 말을 잊었었다.
그리고 거반 두 달 뒤 아해를 따라 처음 파리를 며칠 여행하면서
신기함과 걱정이 수시로 교차하며 신비의 나라처럼 보냈다.
이어 함께 간 곳이 Algeria, 황망함 그 자체였지만 그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은 오로지 떨어져 있기 싫어 걱정으로 가득하였다.
아해를 두고 혼자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뒤로 멀어져가는 아해의 근무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끝없이 눈물만 흘렸다.
2년 2개월 반이 흘렀고 나는 무려 10번을 왕복하였으며
나 태어난 한국과 지금 살고 있는 미국 말고는 가장 많이 다녀 온 나라가 되었다.
아해는 그곳에 근무하며 아팠던 것이 이전 평생 아팠던 것 보다 많았다고 말하였고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삭막하고 표현하기 힘든 골프장에서 나로 인해 골프를 배운 곳
아해의 그 나라 근무가 오늘이 마지막이고 내일이면 그곳을 떠난다.
오늘 아해가 자는 집에선 꼬끼오하며 닭소리가 끊이지 않게 들리는 곳이고
윗집에서 식탁의자 끄는 소리에 새벽이면 변기에 소변보는 소리는 물론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에 시도 때도 없이 쿵쿵 거리는 아이들 뛰는 소리까지
사람 환장할 정도로 잠을 설치게 하는 곳이다.
침대의 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워 뽁뽁이를 감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야 했고
삐걱거리는 침대소리는 덤으로 얻어야 하는 소음이었다.
오늘 9홀을 걷는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혀 지난 2년을 꼼꼼히도 훑었다.
그 황망한 곳을 떠나게 될 거라는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늦어지는 발령 때문에 혹여나 하는 마음이 노심초사 가슴 졸이며 기다리기를 2~3개월
이제는 후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다고 하니 참 다행이라는 안도를 하였다.
그래도 원하는 것을 얻고 떠나니 적자근무는 아닌 게 분명하다.
퇴근해 영상통화를 하던 아해는 “이제 이곳을 떠나는 마지막 밤이니 좋다.”고 하다가
“크게 실감나질 않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좋기는 좋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리 좋으니 본인은 오죽할까?
아해가 잠자리에 들고는 거실에 앉는 의자에 Roller를 달았다.
로봇청소기 두 대가 교대로 의자의 다리에 걸려 움직이질 못하여
전부터 바퀴를 달아 높이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을 오늘 실행한 것이다.
퇴근 전에는 Christian 혼자 하겠다는 Water Pump 교체작업을
언제나 마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불러 잡아 마쳤다.
며칠 마음의 부담이 되고 있었던 일을 마무리하였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닭볶음탕을 데우고 오이무침에 조개젓으로 상을 차려 저녁을 먹었고
토마토와 카마모일이 후식이었다.
내일 아침이면 아해가 공항에서 모닝콜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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