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어머니 사랑해요

송삿갓 2013. 2. 14. 21:30

어머니 사랑해요!

 

그동안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표현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한 번도 그렇게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고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언젠가 문뜩 “사랑한다. 아들!”하셨을 때

‘우리 어머니가 왠일이래?“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저두요‘하고 말았었다.

그렇게 몇 번을 들으면서도 겉으론 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나도 말로 “사랑한다.‘고 해야지 하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곤 하였다.

 

몇 주 전 어머니는 한 참을 통화하다가

다시 “아들! 사랑한다.”라고 하셨고

크게 용기를 내서 “저도 어머니를 사랑해요.”라고 응답하였다.

그렇게 용기를 내고 어머니에게 감사를 하고

내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리곤 이제 머 않아 내가 먼저

“어머니! 사랑해요.”할 것을 다짐하였다.

그렇지만 계속 통화를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어머니가 사랑한다는 표현에 한 번 더 응답을 하였다.

 

마음은 내가 먼저 하고 싶은데

뭐가 그리 어려운지

이게 바로 한국 남성들의 일반적인 현상인가?

 

나는 작년부터 딸에게 사랑의 표현을 하였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쑥스러워 “예쁜 딸!”로 표현을 하였고

정말 용기를 내서 하는 표현이 “사랑하는 예쁜 딸”이었다.

무덤덤하게 듣는 딸의 표정에 자신감을 잃고 “그러면 안 되나?”하는 마음이 들어

다시 “예쁜 딸!”로 표현을 격하시키고

그러다 용기를 내 보자고 격상시키는 것이 “사랑하는 예쁜 딸!”이다.

이제는 “예쁜 딸”까지는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딸을 반갑게 맞이하며

“사랑하는 예쁜 딸 수고했어.”라고 표현을 하면

딸의 반응이 어떻든 나는 마음에 사랑의 감정이

빵에 넣는 이스트 부풀 듯 가득해 지곤 한다.

 

오늘, 그러니까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어머님과 이런 저런 통화를 하면서

오늘도 바쁘게 보냈다는 어머님의 밝은 목소리에

내 마음이 훨훨 날아 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이 오래전부터 하고 싶으셨던 것을

어제 따스한 겨울 점퍼를 사셨다는 말씀에 감사와 기쁨을 가졌고

오늘 학원을 두 군데나 다녀왔고

약수터에까지 다녀와서 조금은 고단하다는 말씀에

오늘을 더욱 편안히 주무실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으며 “어마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먼저 하였다.

내 생에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내가 먼저.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울컥하면서 치밀어 오르는 게 있다.

어머니가 놀라워하면서 “나도 사랑한다.”라는 말에

흔들리는 목소리를 들려 드리면 어머니가 우실까봐

억지로 참으며 마무리 인사를 한다.

 

이제는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

“어머니 사랑해요!!!”

 

Feb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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