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4권 <그리스도의 승리> - 시오노 나나미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14권의 머리말 <독자들에게>라는 글에서
‘시대의 전환기에 살게 된 사람에게도 선택의 자유는 있습니다.
흐름을 탈 것이냐.
흐름을 거스를 것이냐.
흐름에서 발을 뺄 것이냐.‘
이 글은 내가 생각하기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국가도
같은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두가 개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굳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계속 반복되는 설명이지만
로마 제국이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라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번영을 누리다
기독교를 선택 후 100년도 지나지 않아 멸망에 이르렀기에
국가도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선택의 중요성과 책임에 따라 로마 시민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또한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로마인 14권에 이르기까지 표지나 본문에 로마인의 ‘얼굴’을
되도록 많이 소개해 왔고 그들은 그 시대의 지도자 얼굴이었는데 14권의 표지 주인공은
밀라노 주교로 성인 된 암브로시우스다.
저자가 소개해 온 ‘로마인의 얼굴’은 다음 두 가지 요소의 종합인데
(1) 그 사람의 실제 얼굴.
(2)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도자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얼굴.
인데 14권 표지의 얼굴은 어느 쪽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시대를 반영했다는 서술에
모자이크로 된 암브로시우스의 얼굴은 조금 어둡고 밝아보이질 않는다.
암브로시우스는 로마 명문 집안의 출신이고, 조상 대대로 원로원 의석을 가진 신분이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각 지방의 장관을 지낸 뒤 ‘수도장관’자리에 올라 로마 제국의 고위관료였다.
‘수도 장관’이라는 직함은 원수정 시대에는 경찰청장 같은 지위였지만,
황제가 수도 로마를 떠나 있었던 제국 후기에는 황제 대리인 노릇을 했다고 한다.
암브로시우스도 아버지를 뒤를 따라 공직에 있었는데 43세에 밀라노까지 관할인
리구리아 주와 아이밀리아 주의 장관을 맡고 있었는데
그 때 기독교의 삼위일체파와 아리우스파가 적대시하며 항쟁이 일어났는데
삼위일체파에서 명석한 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밀라노의 주교로 임명하고자
세례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일주일 만에 과정을 거치고
서기 372년 12월 2일 주교취임식을 마쳤다고 한다.
이렇게 거꾸로 암브로시우스를 설명하는 이유는 밀라노 주교인 그가
테오도시우스 황제를 무릎 꿇게 함으로써 기독교가 로마 제국을 삼키는 결과가 되었고
제국의 쇠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건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글이 14권의 표지에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일단 기독교가 되면, 황제라 해도 한 마리의 양일뿐이다.
‘양’과 ‘양치기’의 승부는 뻔하다.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는
기독교와 세속 권력의 관계를 참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황제가 그 지위에 앉는 것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신이 인정했기 때문이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것이 주교로 되어 있는 이상,
아무리 황제라 해도 주교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양자 관계의 진실이라는 것을.>
13권에서 소개했던 정제 콘스탄티누스와 정제 리키니우스의 밀라노 칙령이 서기 313년이다.
이 칙령에서 특기할 만한 것이 두 가지 인데,
첫째, 다른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공인 되었고,
둘째, 탄압 시대에 몰수한 교회 재산의 반환을 명령하고, 거기에 필요한 보상은 국가가
하기로 결정한 것이지만 또 다른 특이할 만한 것은 기독교는 전업 성직자계급이 있다는 점이
로마의 전래 종교와 다르게 된 것이고 암브로시우스 주교 같은 발판이 마련되었다.
밀라노 칙령에는
‘성직자는 다른 잡다한 임무에 신경쓰지 말고 성스러운 임무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에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한 공헌이 된다.‘고 법률로 만들고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은 물론 개인 자산까지 보유할 수 있는 특권까지 부여하였다.
콘스탄티누스에 이어 아들 콘스탄티우스가 황제가 되었는데 2대에 걸쳐 실시한
기독교 진흥책은 단계별로 구분하면
제1단계 : 기독교를 공인하여 다른 모든 종교와 동등한 지위에 놓는다.
제2단계 : 기독고만 우대하는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튼다.
제3단계 : 배격하는 표적을 로마의 전래 종교로 명확하게 좁힌다.
제1, 2단계는 콘스탄티누스가, 제3단계는 콘스탄티우스가 맡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흘러간 세월이 반세기에 이른다.
로마 제국 후기에 기독교 진흥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콘스탄티우스 다음이 사촌인 율리아누스 황제인데 철학을 좋아했던 그는
이전 두 황제의 기독교회를 우대한 대부분의 법률을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칙령을 발표한다.
그 중 하나가 기독교를 믿는 교사의 교직 추방령인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교사의 임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있다. 그때 사용되는 교과서는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쓰인 작품들이다. 그 저자인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자기네 신들을 경애하고 숭배한다.
그들의 저작은 그 정신의 결정체다. 한편 기독교는 이런 신들을 악마라고 단정한다.
그렇게 믿고 있는 기독교도들에게 신들이 없으면 작품을 창조할 수 없는 그리스,
로마 사람들의 정신의 진수를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기독교를 믿는 교사는 교회에 가서 가르치면 된다.
그들이 믿고 있는 성서를 교재로 사용해서.’
내가 보기엔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율리아누스 황제가 죽고 모두 폐지되고 기독교 진흥책이 부활되고
기독교를 배척 했던 율리아누스 황제는 기독교에서 배교자로 낙인 되었다.
로마 제국 후기에 기독교는 빠르게 확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마군 자체가
야만족화 하거나 게르만화 하는 속도도 빨라지는 데, 이는 게르만족의 사람들이
많이 로마군에 입대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로마군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속한 부족과 인연을 끊는 것이었지만 이후에는 여전히 부족의 일원으로 남은 채,
많은 면에서 특권을 누리는 로마군 병사도 겸할 수 있게 되었는데
군 인력이 부족한 상황세서 고마군 최고 사령관인 황제에겐 흐뭇한 사태지만,
로마 제국 최고통지자로서는 기뻐할 수 없는 사태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리스 인은 헝겊으로 만든 옷을 입고 석조 주택에 살아도 그리스어를 말하지 않는 외국인을
‘야만족’으로 보았지만, 로마인은 라틴어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삶에 필요한 규칙이
법률로 받아들인 법치 민족이냐 아니냐, 즉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문제를
법률로 해결하느냐 완력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문명인과 야만인으로 구분하였는데
로마군에 야만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에 야만인화 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기독교 확산에 속도를 가했음이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이 암브로시우스 주교로 ‘이교도’와 ‘이단’의 배척에 선봉이 됨은 물론
황제를 기독교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확립하게 된다.
이 시기가 테오도시우스인 황제인데 395년 병사 했을 때
기독교회를 위해 애썼다는 암브로시우스의 조문으로 인해
기독교회에서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인정했던 ‘대제’라는 존칭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2년 뒤 44세에 주교로 발탁되어 23년 동안 기독교회에 죽음을 맞이한
암브로시우스에게 교회에 대한 공적이 컸다고 하여 성인으로 시정되어
‘성 암브로시우스’가 되었다.
테오도시우스 대제는 18세의 맏아들인 아르카디우스에게는 동로마 제국을
10세의 둘째아들 호노리우스에게는 서로마 제국을 양분하여 나누어 준 뒤 세상을 떠났다.
이로서 로마 제국은 독립한 두 개의 국가로 변해서 마지막 세기인 서기 5세기로 접어든다.
이렇게 14권의 후기를 마치면서 철학을 좋아했던 율리아누스 황제가
안티오키아에 갔을 때 흉작이 들어 시장에서 밀이 자취를 감추고 투기가 일어났다고 한다.
저자가 이를 설명하면서 영어로 투기를 뜻하는 ‘speculation'의 어원은 라틴어이지만
철학용어로 심사숙고한다는 뜻이라며 이런 글을 썼기에 소개하는 것으로 후기를 마친다.
‘인생의 진리를 심사숙고하면 철학이 되고, 돈벌이의 진리를 심사숙고하면 투기가 된다.’
February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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