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하는 과목을 ‘필수과목’이라고 하였다.
국, 영, 수는 필수과목이면서도 입학시험에서 가장 많은 배점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이 과학(물리, 생물)과 역사였다.
물론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로 다시 분리되고
국사나 세계사 안에서도 세분화되기도 하지만 암튼 역사가 필수과목 이었고
국사에서는 단군신화로부터 구석기, 신석기, 철기시대를 이어
신라, 백제, 고구려의 삼국시대를 이어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학생은 책에 줄을 치며 어떤 학생은 연습지에 쓰면서
강제로 암기를 당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사가 필수과목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고
큰 암기 과목이 줄어 “좋겠다.” 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역사는 왜 배우는 것일까?
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조상들이 누구며
어떻게 살아 왔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학습하면서
내 자신이 그런 역사의 후손이라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앞으로 성장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경쟁할 때 기죽지 말라는 것이 첫째요
우리 조상들이 처했던 어려움이 무엇이었으며
그 당시 누가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혹은 어떤 선택으로
좌절했는지를 배움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어려움이나 문제를 예측하고 대처하거나
실제 문제가 다가 왔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고
앞으로도 우리 민족이 이어져 가도록하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
지금 2013년 대한민국에서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4.19세대로부터 유신세대, 7080세대다.
그 중 유신세대와 7080세대는 일제 36년에 이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6.25, 4.19
혹은 그 이후 유신에 이르기 까지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다.
어쩌면 왜곡된 역사를 배웠다고 하는 것이 옳다.
역사라는 것이 세월이 1, 2백년 쯤 흘러
당대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재평가 혹은 재조명되어
왜곡되지 않은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한국 근대사에 대해 7080세대와 현 세대의 인식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7080세대의 대부분은 5.16에 이은 유신세대에 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존재의 여부도 불투명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갈 수 있었고
6.25일이 나가오면 온통 빨강색 물감으로 포스터를 그리고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의 표어,
뜨거운 태양의 운동장에서 피를 토하듯 외치는 웅변을 하고 들어야 했었다.
5.16은 4.19 보다 등급이 높은 혁명이어야 했었고
새마을 운동과 유신은 우리가 살기 우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그리고 5.18은 광주사태 혹은 폭동으로 칭하며 살아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5.16은 군사구테타, 5.18은 4.19과 동급처럼 5.18광주민주항쟁으로
죄인이 뒤바뀐 역사 속에 살고 있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흔히 하는 말로 성공한 구테타나 민중의 운동은 “혁명”으로
실패하였을 경우 구테타 폭동으로 불리워 지는것이 원칙처럼 되어있는데
성공한 5.16이 군사구테타로 실패한 5.18광주폭동이 민주항쟁으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여졌다.
이렇게 서술하는 것 자체가 내 스스로 7080세대로
학창시절에 끝없는 암기로 굳어진 것 때문인지 모른다.
5.16 주역이면서 독재자라고 불리는 사람의 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고
국회에서는 장관청문회에서 장관 내정자에게
“5.16이 구테타냐, 혁명이냐?”를 묻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에게 혁명으로 지식화 되어있는 5.16의 실체를 조금 더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 “격동 30년”이다.
격동 30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역사를 가정해 본다는 것처럼 부질없는 것도 없지만
한번 가정을 해볼 경우 어떤 역사적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은 구테타의 주역 박정희가 몇 번의 큰 굴곡이 있었다.
만일에 그 굴곡에 주저 않았거나 기회를 잡지 못했더라면
하는 가정의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그 가정이야 말로 정말 부질없는 가정이다.
그런데 5.16이 구테타든 혁명이든 일어나게 된 주요요인이 있다.
물론 10년을 넘게 구테타를 꿈꾼 박정희라는 사람의 의지와
그를 도와주었던 주변사람들, 그리고 때가 맞아 떨어진 것이
5.16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게 되었지만
5.16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책에 있는 내용을 인용해 보면 이렇다.
쿠데타가 벌어진 지 2 개월 만인 1961 년 7 월 21 일.
사상계(思想界)라는 월간 잡지사가 마련한
<기성(旣成) 정치인의 솔직한 발언을 듣기 위한 좌담회> 석상에서
신상초 제 2 공화국(第二共和國) 패망의 원인에 대해서 좀 색다른 해석을 내렸다.
이 자리에는 신상초를 위시해서 야당이었던 신민당소속 민의원을 지낸 박준규(朴俊圭)와
민주당 소속 참의원을 지낸 엄민영, 그리고 무소속 민의원을 지낸 서태원(徐泰源) 등도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이 좌담회의 사회는 사상계 주간이었던 양호민(梁好民)이
맡아 했다. 이 자리에서 양호민의,
"5.16 군사 쿠데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신상초는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5.16 혁명이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냐 하면, 민주당 정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민주당 정권을 넘어뜨린 것은 3 신(三新)입니다.
첫째가 신문이요, 둘째는 신민당, 셋째가 신풍회(新風會)입니다."
5.16 군사 쿠데타가 신문, 신민당, 신풍회로 말미암아 일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신풍회는 민주당 소속 위원들로 구성돼 있던 서클이었다.
그들은 200여명의 학생들의 피를 뿌린 4.19에 의해
무너진 이승만의 제1공화국이어 어부지리로 정권을 얻었음에도
당 내에 신, 구파로 나뉘어 감투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웠고
당 내에서 또 다른 당을 만들어 분란을 조장하고 거기에
별도의 클럽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고
야당인 신민당은 정부(제2공화국)의 하는 일에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하면서 물고 늘어지기만 하였다.
그렇다면 신문은 어땠는가? 책을 인용하면
4.19 에서 5.16 에 이르기까지의 신문의 무정견(無定見), 무절제(無節制)는
가히 메스꺼울 정도로 꼴불견이었다. 칭찬할 만한 일은 당연히 칭찬해야 옳았다.
격려를 할 만한 일에는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옳았다.
그런데 신문은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정부가 하는 일은, 또 하고자 하는 일에
바꾸어 말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았다는 얘기다. 신문이 이 모양이니
여론이라는 것이 맹목적으로 여기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열하면서 필연적 5.16을 위해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였다.
5.16 혁명의 의욕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군인들이 거사를 안했더라도 장면(내각수반 총리)정권은
자멸할 가능성이 컸던 것입니다. 소위 3신이 생겨서 날뛴 원인은 자유가
너무 컸고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모르고 방종으로 흘렀기 때문입니다.
책을 소개하는 서두에 역사를 가정해 본다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라 하였지만
작가의 말대로 군인에 의해서가 아니라도 제2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박정희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누가 다음 정권일 이어 받았을까?
미국에 살면서 미국정치 보다 한국 정치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에 그리고 내 후손 역시 한국인임을 바라기에
작금의 한국 정치나 시대흐름에 눈감고 등 돌리고 살 수만 없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권력이 이동할 때마다 사람들의 쏠림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내편이 잘한 것은 더 들어 내 놓고 내편이 잘못한 것은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며
나와 다른 편이 잘 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폄하하고
나와 다른 편이 잘 못한 것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세태,
정부가 하는 일에 거의 무조건적 찬사를 보내는 언론
조, 중, 동하면 우리의 적보다도 더 적으로 모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역사는 절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가 어떤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다음에는 역사는 분명히 진실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잘 한 것은 누가 해도 잘 했다고 하고
잘 못 한 것에는 바로잡으려는 노력 없이는 결국 소멸된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역사를 통해서 들어 왔다.
제1, 2공화국의 멸망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사회와 정치는 어떠한가?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헐뜯고
내 편은 무조건 옹호하며
역사를 통해 과거의 잘잘못을 배우지 않기를 계속한다면
과연 내 후손은 한국인으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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