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송삿갓 2013. 3. 6. 23:59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요즘 아이들 말로 ‘담탱이’)이 예고 없이

가방검사를 하였다. 공업고등학교였기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실습도구를

가방에 가지고 다니고 있었고 그것이 언제 흉기로 사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나 불필요한 실습도구를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나?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학교 구석진 곳이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 가방에

흡연에 필요한 담배나 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점검하는 것이 둘째요

셋째는 흔히 ‘빨간책’이라고 하는 성인소설이나 잡지를 찾아내기 위한 것으로

예고도 없이 가방검사를 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철저하게 모범생(?)인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었는데 내 가방을 조사하던

담임선생님이 빨간색 표지의 조그만 수첩을 압수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교무실에서 담임의 호출이 있었다.

“야! 너 여기에 줄줄이 적혀있는 게 뭐야?”

“예, 제가 읽은 책들인데요?”

“야! 네가 여기 있는 책 모두 읽었단 말이야?”

“예”

“야! 임마, 누가 학생이 이런 책 읽으라 했어?”

아뿔사! 거기에는 ‘소녀경’ ‘사비애라’ 등의 제목이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관학교에 다니던 삼촌(지금은 작은 아버지)이 졸업하면서 소위 임관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사관학교에서 가지고 있었던 책들을

내 방의 큰 선풍기 박스에 넣어두고 가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교과서나 참고서 말고는 책을 사서 읽지를 않던 나에게

수십 권의 책은 나를 독서의 광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동양의 성전이라 하는 ‘소녀경’은 그 박스에서 꺼내 읽은 책이고

서양의 성전이라는 ‘사비애라’는 친구 집에서 빌려 읽은 책이다.

물론 인도의 성전이라 ‘카마수트라’도 빌려서 읽데 되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한참 이성에 관심이 있을 때 읽는 책으론

빨간책보다 건전하다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갈매기의 꿈“은 삼촌이 두고 간 선풍기 박스에 있던 많은 책들 중

특별하게 딱딱한 겉표지(양장본)에 한 마리의 큰 새가 그려져 있고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고 쓰여 있어

관심을 가지고 몇 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두께가 얇고 글자 수가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동기였을 게다.

 

압수한 수첩에 여러 번 쓰여 있는 “갈매기의 꿈”이라는 제목을 가리키며

“너의 꿈은 무엇이냐?”라고 담임선생님이 물었었다.

나는 순간에 “꿈, 그게 뭐지?”라며 당혹해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것 같은데 너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니?”

라며 핀잔주는 듯 한 물음에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책으로 읽었지 내 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년을 훌쩍 넘기고 그 때를 생각하며 다시 읽기를 시작하였다.

 

<조나단 리빙스턴>

그는 왜 그토록 날기를 원했을까?

다른 갈매기들은 오로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장 단순한 기술로만 하늘을 나는 데

조나단은 먹는 것보다 나는 것 몰두한다.

비행을 사랑하면 할수록 다른 갈매기들과 친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것에 집착을 하고 걱정이 되서 만류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머니. 저는 단지 창공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저는 단지 알고 싶을 뿐이라구요.“

그렇지만 조나단은 결국 자기 사회의 원로 그룹에서 이런 충고와 함께

추방을 명령받는다.

“조나단 리빙스턴, 그대는 무책임한 행위를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으며,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제외한 또 다른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또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갈매기들은 오로지 먹기 위해서만 나는 것이고

그 먹이는 사람들의 고깃배를 쫒기만 하며 쉽게 먹을 것을 구하는데

왜 위험을 무릎 쓰고 날아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나단은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를 찾기 위한 것이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 날아야 한다며 항변하면서

기회를 주면 그 목적을 이루어 내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항변에도

결국은 추방을 당한다.

 

그렇게 먼 길을 떠나 광채를 지닌 두 마리의 갈매기에 이끌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 그 곳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설리반을 비롯한

갈매기들의 무리가 사는 곳이다. 그곳의 갈매기 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나는 일이고 목표를 가지고 최선의 노력으로 완벽한 성공을 이루는 것이었다.

날겠다는 목표 성취를 위해서 끊임없이 비행연습을 하며 진전된 비행기술을 시험하며

서로를 나누는 것도 알게 된다.

 

조나단은 그 무리에서 치앙이라는 원로 갈매기를 만나 그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가르침을 받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비행기술을 같이 연습하며 습득하게 된다.

조나단과 원로 갈매기 치앙은 밤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다 이런 대화를 한다.

“치앙, 여기는 결코 높은 하늘이 아니죠, 그렇죠?”

원로 갈매기는 달빛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나단, 너도 이제는 그걸 깨달았구나!”

그는 말했다.

“도대체 이 생활 다음에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애당초 하늘이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요?“

“그렇단다, 조나단. 그런 곳은 없단다. 하늘은 장소나 시간이

아니고 충만함으로 가득 찬 완벽한 경지를 가리키는 거란다.“

 

치앙은 헤어지기 전에 배움에 대한 연습과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성취해야 하며

목표에 도달하였을 때 습득한 것을 사랑과 함께 나눌 것을 당부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네 스스로 알 때, 그것은

언제든지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치앙의 가르침대로 조나단이 터득한 기술과 진리를 다른 갈매기에게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행하는 것이라 느낀 조나단은 함께 하였던 설리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먹기 위해 날아야 한다며 자신을 추방한 옛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 가까이 그가 떠나기 전까지 머물렀던 지옥의 벼랑에서 자신과 같이 추방당한

어린 갈매기 ‘플레처’를 만나게 된다. 플레처는 자신이 받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

싸울 기회를 엿보던 중 고향으로 돌아 온 조나단을 만나게 된 것이다.

마음의 독을 품고 있는 플레처에게 자신들을 추방한 갈매기들을

사랑으로 용서하라는 충고를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플레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증오와 악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그러나 너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갈매기 본래의 모습, 즉 그들 각자에게 깃들어 있는 선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속에 있는 선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뜻이야.

그것을 알기만 하면 매우 즐거운 생활이 될 거야.“

 

조나단은 어린 플레처에게 자신이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면서

스승 치앙에게 배운 것을 떠올리며 사랑이 담긴 충고로 가르침을 준다.

“사랑하는 플레처, 너는 눈으로 보듯이 배우지 마라. 눈으로 배운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너 스스로 움직여서

알아내고 이해해야 돼.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알게 될 거야.“

 

플레처에 이어 다른 갈매기들이 모여 점점 많은 제자들이 생겼고

조나단은 가르침에 앞서 갈매기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설명한다.

“우리들 하나하나는 가장 위대한 갈매기의 이념이고 자유라는 무한한 이상이다.“

그리곤 실제 비행연습을 하면서는 이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고속, 저속 곡예비행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야....“

 

첫 제자 플레처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이 충분한 기술을 습득하자

조나단은 플레처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겨주고 떠나야 한다고 한다.

플레처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하자

조나단은 길게 한숨을 쉬며 먼 바다를 망연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는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네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그때의 플레처가 바로 너의 스승이야.

그리고 다시 너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말을 이해하고 그가 명하는 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야.“

그 말을 마치자 조나단의 몸이 공중에 뜨더니 영롱한 빛으로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나단이 떠나고 얼마 뒤, 플레처는 무거운 마음을 털어 버리려는 듯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으로 수업을 받고 싶어 하는

제자들을 만나 가르침을 주기 시작하며 “우선 시작하기 전에....”라며

무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갈매기란 자유라는 무한한 이념의 상징이고 또한 위대한

갈매기의 화신으로서 날개 끝에서 날개 끝까지 그대들의 생각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만 어린 갈매기들은 잘 알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플레처는 자신의 제자들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문득 제자들 전원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보았고

그는 자신이 본 바 그대로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는다.

“한계가 없다고 했죠. 조나단?”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완전한 것을 향한 그의 걸음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갈매기의 꿈]에서 작가는 우선 현재에 안주하자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자유에 대한 열망이 계속 이어진다.

자신을 극복하려는 의지 그리고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는 연습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을 때 다른 이에게 전수해 주려는 노력과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물러날 줄 아는 결단력에 이르기 까지

올바른 생에 대해 주는 교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꿈, 의지, 자아수련, 전수 혹은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