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기침

송삿갓 2013. 4. 20. 23:20

기침

 

1주일 전

목이 조금 따가우면서 몸이 나른하고 피곤해 감기가 오려나?

나름 조심하며 생활하겠다는 다짐에

가능한 밖에 나가는 것도

매일하는 운동양도 조금 줄이겠다고 다짐 했건만

우직한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

아님 더 심해지지 않는다는 방심 때문인지

마음은 조심 몸은 안 조심 그렇게···

 

나흘 전

잔뜩 감기 걸린 친구가 혼자 점심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아파 자리를 함께하자 그 친구 왈

좋은 친구에게 감기 옮기면 어쩌지?”

나도 감기인 것 같고 걱정할 것 없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사나이다운 호기도 부렸다

 

이틀 전

아침 목이 잔뜩 잠겨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곳은 별 문제 없어

이렇게 쉽게 지나치려나보다 하며 또 방심···

 

한국에 계신 어머님과 통화

애비야! 감기 걸렸니? 자네는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어머님도 이겨 내셨는데 젊은 저야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게 또 호기를 부렸다

 

그렇지만 오후에 들어서며 점점 처지는 것이

예삿일이 아닌 듯 느껴진다

처음으로 평일 운동을 건너뛴다

 

어제 아침

기침이 시작되었다

목소리가 괜찮아지고 기침이 나는 것을 보니 나아가는 것 같다.”

옆에서 격려 한다

회사에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의 횟수가 늘어난다

 

어제 저녁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도 먹게 되어 좋아 질 것으로 생각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기 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새벽녘 잦아지지 않는 기침에

뜨거운 차를 마셔도

뭔가 들어가면 덜 하겠지 하는 마음에

평소에 한 번도 하지 않던 새벽녘 밤참에도

쏟아내는 쇳소리 나는 기침은 끊임이 없다

 

좋아 하는 책을 읽으려 해도

한 줄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기침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토요일 아침

어제 내린 비로 꽃가루는 떠내려가고

봄날의 아침이라기에는 너무 쌀쌀한 아침의 공기를 뚫는 햇살이

눈부시다 못해 아리게 한다

 

밤사이 기침과 씨름하며 지친 몸에

약이 주는 어지러움과 겹쳐

몽롱한 몸과 마음을 비추는 햇살에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어머님은 이 기침을 어찌 이겨내셨을까?

Apr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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