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97일째, 2018년 6월 21일(목) 애틀랜타/맑음, 오후에 서너 차례 소나기

송삿갓 2018. 6. 22. 09:35

천일여행 1097일째, 2018621() 애틀랜타/맑음, 오후에 서너 차례 소나기

 

2015621,

그러니까 3년 전 오늘 천일여행기를 시작하였다.

오른쪽 약지 손가락을 다친 지 1주일이 지난 그 날

이렇게 글을 썼었다.

천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세상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바뀌지 않을 것이 있다.

오늘의 마음,

그것은 변하지 않고

천일 여행이 끝나는 날

오늘의 마음에 대한 결실을 이룰 것이다.‘

 

그 천일은 3개월 전에 이미 지나갔고 오늘이 3년하고 하루가 지난날이고

바뀌지 않겠다고 했던 한 가지를 오늘도 변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음은 물론

내 생이 다 할 날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였다.

오늘을 기념해야하나?

 

오늘은 전반 9Harrison, Eric 등과 셋이 후반 9Eric과 둘이 걸었다.

세 번째 홀에서 박 사장이 드라이버 샷을 하려는 날 보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셨나 봐요. 표정이 밝아졌고 샷에도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옆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 듣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2주 동안 아해와 운동을 하면서 스윙에 힘이 실리고 거리도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지난 주말부터 허리가 약간의 이상이 있어 지금도 조금씩 그러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화요일엔 EricHole Match에서 2&3로 졌는데 오늘도 첫 홀부터 시작된 도발에

첫 홀에만 파로 비기고 15번 홀을 마쳤을 때 3&5가 될 때까지 한 번도 끌려가질 않았다.

14번 홀에서 내 드라이버 샷이 숲에 들어갔음에도 보기로 비긴 것에 질렸는지

15번 홀에선 자멸하여 홀을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Match는 끝났다.

박 사장의 표정이 밝아지고 샷에 힘이 들어갔다는 말에 Up된 기분을 그대로 안고 마친 거다.

마음속으론 내 생이 다 할 날까지도 나와 아해가 오늘을 유지할 거라는 확신과 함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들어가며 전화기를 꺼내보니 박일청 사장이 점심을 하자는 메시지를

이른 아침에 보내 온 것을 확인하였다.

에궁~ 또 자기 메시지도 씹는다고 한 마디하셨겠군.’하면서

늦은 회신에 미안하고 점심은 불가능하다는 답신을 보내고 사무실에 도착해

아해와 통화를 마치니 박 사장이 내일은 어떠냐?‘는 재회신이 와 있었다.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에 내가 먼저 연락은 하지 않고 살지만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러자.’는 회신을 보내 약속을 잡았다.

그러고 나니 내일 일정이 조금은 복잡해졌다.

다행이 Jonas가 아침에 SC에 간다고 해서 아침에 바로 클럽으로 가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것을 예상하여 오후에 Crew 주급계산을 일부 마쳤다.

 

집으로 퇴근해 관저의 일로 무겁고 속상해하는 아해와 통화를 마치고

눈 내리는 듯한 소나기를 보면서 천일여행기 3년을 기념해야 하나?’했던

아침의 생각을 이어했다.

지난 3년 분명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

해보고 싶은 것 마음껏 했고, 가고 싶은 곳 원 없이 다녔고

내 스스로 내 나이를 의심할 정도로 넘치는 사랑을 했다.

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내 옆의 사람을 가장행복하게 만드는 진리도 알아서 그렇게 노력하며 살다보니

지금까지의 삶에서 받아보지 못하고 누리지 못했던 사랑을 받고 행복을 누렸다.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동기와 자신이 되었다.

 

내리던 소나기가 그치더니 햇살이 나와 세상을 밝게 비치며 멀리까지 볼 수가 있다.

가물가물 보이는 숲평선, 저 곳에 다다를 때까지 변하지 않고 밝고, 맑고 행복하게 즐기며 살자.

 

비온 뒤라 그런지 어둠을 드리우는 노을이 숲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

천일여행기를 시작한지 3년 하고 첫 날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