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3권 -시오노 나나미-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로 시작한 십자군 전쟁,
3권의 마지막 표지엔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크게 보인다.
이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와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성전’과 ‘지하드’를 내건 두 종교 중 누가 승자인가를 묻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인간만이 무수히 죽었다는 것이며,
그 전쟁은 오늘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내 판단.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십자군 전쟁하면 쇠고리로 엮어진 갑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투구,
십자가가 그려진 겉옷을 입은 기사가 무장한 말을 탄 모습이었다.
그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했든가 아님 영화를 통해 멋있게 포장된 용맹스러운 모습에서
내 뇌에 각인 된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모든 십자군이 그런 모습이었던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세 종류의 기사단이었다는 것을
책의 내용을 빌자면 이렇다.
주로 프랑스 출신의 일반 기사로 구성된 '템플 기사단'은 흰색 바탕에 빨간색 십자.
유럽 전역의 귀족 자제를 모슨 ‘병원 기사단’을 상징하는 것은 빨간색 바탕에 흰색 십자.
독일 기사들로만 구성된 ‘튜턴 기사단’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십자.
이 중 병원 기사단은 중근동 지역, 그러니까 십자군 전쟁의 주요 지역에서
전쟁 시에는 군을 위주로 평온 시에는 중근동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치료하는 게 주 임무,
물론 필요에 따라서 전쟁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십자군=기사로 각인 된 내 기억의 지식은 가장 용맹스러웠던 ‘템플 기사단’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십자군 전쟁 200여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강했던 프랑스와
그리스도 교황청에 의해 그리스도의 이단집단 혹은 반역집단으로 몰려 몰살을 당한 것으로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며 시작한 십자군 전쟁의 잘못을 그들에게 뒤집어씌운 것이 아닌가?
내가 이러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이렇게 쓰여 있다.
‘템플 기사단에 대한 재판은, 가톨릭교회와 왕이 꾸민 ’날조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한 세기 후 일어난 잔 다르크의 재판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된다.‘
십자군 이야기의 1권은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라고 시작하였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 200여 년 동안 인간이 원했던 난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십자군 전쟁은 ‘성전’이라는 이름하에 거의 모든 유럽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면
아이유브 창시자인 살라딘은 ‘지하드’를 선언하여 바그다드와 카이로로 오래 동안
분열되어있던 이슬람 세계를 통합하고 빼앗겼던 예수살렘을 탈환한다.
그 과정에 살라딘과 사자심왕 리처드 두 영웅을 만든 것 이외에 어떤 이득이 있었을까?
-그리스도에서는 이슬람과 타협한 리처드보다는 루이 9세를 성인 반열에 올랐지만-
내가 왜 이런 의문을 가졌을까?
위와 같은 영웅이나 성인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지만 살라딘에 의해 통합된 이슬람은
십자군 전쟁의 끝날 무렵엔 노예 출신 바이바르스로 권력이 이어져 결국 십자군에 승리하지만
몽골의 침입으로 바그다드를 비롯한 북동부의 이슬람지역은 초토와 되는 어려움을 겼었고
유럽은 십자군 전쟁의 마지막 전투라고 할 수 있는 아코 함락 9년이 지난 후 70여 년 동안
프랑스 왕들이 역대 로마 교황을 아비뇽으로 납치한 즉, ‘아비뇽 유스’라는 사건으로
교황의 권위 실추가 되는 혼란을 격기도 한다.
물론 십자군 전쟁 이후에도 그리스도와 이슬람 간의 전쟁은 많이 있었지만
저자의 표현을 빌면 더 이상 종교전쟁이 아니고 영토와 이권을 둘러싼 전쟁에
종교를 덧입혔을 뿐인 일반적인 전쟁이라는 것이다.
결국 십자군 전쟁은 ‘성전’과 ‘지하드’를 내세워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
그리 큰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경제라는 측면에서는 지구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지 않았을까?
3권의 말미에 가까워 질 무렵 이런 내용이 있다.
<마키아벨리였는지 귀차르디니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2백년 후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한 이탈리아인은 이렇게 말했다.
“현실주의자의 잘못은,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생각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나는 현실주의자인가 아닌가?
만일 현실주의자라면 이 같은 잘 못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침부터 번개에 천둥이 치더니 많은 비가 내린다.
비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June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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