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132일째, 2018년 7월 26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8. 7. 27. 09:20

천일여행 1132일째, 2018726() 애틀랜타/맑음

 

삶에서 가끔은 생각 없이 습관대로 움직이는 날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별 의식 없이 자동적으로 화장실 먼저 찾는 그런 습관적인 동선 같은 것이다.

그러다가도 무심코 내 자신이 오늘도 살고 있고 또 음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나무에 사랑을 쏟아주는 햇살을 보고

참 아름답다.’ 혹은 , 맑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어디에 있고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음악 틀어 놓고

 

호박 썰고 양파 썰어

호박나물 볶아 놓고

 

무 썰고 마늘 썰어

무나물 볶아놓고

 

오이 썰고 고추 썰어

오이나물 무쳐 놓고

 

밀가루에 부침가루

부추 썰어

부추전 준비하고

 

부추 썰고

다진 고기 버무려

만두소 준비하고

 

오이 채 썰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국수 삶아 얼음 재어

차갑게 만들고

 

콩국수

호박나물

무나물

오이나물

부추전

물만두

점심 메뉴 준비하고

 

님 기다리며

맑은 하늘

푸른 숲

힘찬 음악

 

님 언제나 오시려나

 

<나는 네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널 탄다>의 제목 ‘2015726의 글 전문이다.

그러니까 꼭 3년 전 오늘 내가 썼던 글이다.

깊이 생각해서 오늘이 그 날이구나가 아니라 사무실 의자에 앉아 맑은 햇살을 바라보다

내 존재를 인식하며 지금 즈음이 하며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전환 해 문득 떠 오른 오늘이다.

한 켠에 안타까움의 탄식을 숨기고 기대에 찬 그 날의 내 마음이 되살아나며 마음이 쿵쾅쿵쾅.

오늘처럼 맑은 햇살을 볼 때 수시로 설레게 만드는 마음이 지금 즈음을 찾아냈다.

별 생각 없이 습관처럼 움직이는 날에도 잊지 않고 아스라한 추억을 끄집어내어

설레는 마음을 쓰다듬는 것 또한 하나의 큰 즐거움으로 나를 변호한다.

 

아해는 오늘도 출장 중, 어디론가 먼 길을 다녀와야 된다고 했는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고 가 보지 못했던 길이니 궁금하면서도 안전을 걱정한다.

직업 특성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위험하다고 듣고, 생각하는 곳을 수시로 다녀야하니

통신이 안 되는 곳을 가면 좌불안석이 되는 날 이다.

그렇다고 대 놓고 걱정할 수도 없는 숨죽인 흐느낌 같은 마음으로 안전을 기원하며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큰 인내가 필요한 하루가 되는 날이 오늘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전에 쓴 글이 생각났던 것은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 때보다 오늘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아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일주일 중 가장 한 가한 목요일이라 딱히 할 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클럽에 어제와 같이 오후에 Open을 하고 핑계 김에 Jonas가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지켜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곤 자리를 지키면서 책을 읽으면서 오전엔 온전히 사무실에서 보냈다.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 잠시 시간을 보내다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에 도착했을 때 오후의 더위가 심하긴 했지만 장비를 챙기고 퍼팅연습을 잠시 하고는

연습장으로 올라가 땀을 흘리고 있는데 어제와 같이 Yang Kim 부부가 와서는 Join,

시간이 되어 Pines로 나가서 9홀을 걷는데 어찌나 땀이 나던지······

운동을 마쳤을 땐 셔츠는 물론 바지까지 푹 적시고 온몸이 끈적거림에 냄새까지 장렬,

샤워를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해는 연습을 막 마칠 무렵 전화가 와서는 내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며 일찍 잠자리로,

때문에 아주 잠시 목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집에 도착해 오랫동안 샤워를 하며 땀을 씻어내곤 저녁식사를 하였고

식사 후 Dyson에 전화를 걸어 가습기 건을 해결하는 데

내가 Police office에 가서 File하여 Report을 떼고 UPS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를 하고

Dyson에 전화를 걸어 Police Report 번호를 알려주면 그 때서야 다른 것을 보내 주겠단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왜 시간을 써가며 그렇게 해야 하느냐며 따지니까 그렇게 밖에 도울 수가

없다며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끊는다.

그럼 잘 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 Credit card회사에 전화를 거는 것이다.

Chase에 전화를 걸어 사정이야기를 하고 Dispute 하겠다니 나에게 신청서를 보낸단다.

Dispute 신청서가 도착해서도 오지 않으면 작성해 Return하면 10일 이내 돈을 돌려준단다.

Credit Card회사야 손님 편이니까 충분히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Transaction은 결말이 이렇다니까~

 

그러고 나서 어두워지는 숲을 보니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념에 빠진다.

이럴 때가 혼자 있는 게 가장 씁쓸하다.

그럼에도 오늘도 참 잘 보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해야!

참 보고 싶다.

무지무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