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178일째, 2018년 9월 10일(월) 애틀랜타/맑음, 오후에 서너 차례 소나기

송삿갓 2018. 9. 11. 09:38

천일여행 1178일째, 2018910() 애틀랜타/맑음, 오후에 서너 차례 소나기

 

오늘 아침 7시 전립선 MRI를 하였다.

작년과 다른 곳이기에 찾아가는 데 약간 애를 먹었지만 워낙 이른 시각이라 늦지 않게 도착했다.

내 기억으론 MRI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40~45분 걸린다고 했지만 검사를 마치고나니 8시가 훌쩍 넘은 게 족히 1시간은 걸렸다.

폐쇄공포증 같은 게 약간 있어 MRI 통속에 들어가면 거의 한 번도 눈을 뜨지 않는데

오늘도 역시 검사하는 내내 눈을 감고 다른 생각을 하다 잠깐 잠이 들었다 하는 수준?

 

어제 오후부터 미치도록 아해가 보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뭔가 검사를 하는 등의

병원을 갈 때면 혼자라는 게 느껴지면서 누군가 내 옆에 있기를 갈망하기에 그런 것 같다.

분명 더 나쁠 것이 없음에도 긴장을 하게 되거나 그 자체가 싫은 데

혼자 생각하고 혼자 삭히는 것이 싫다는 것을 발산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검사를 마치고 나선 외로움을 씻어본다는 무의식적인 행동의 시작이 전화를 하는 것,

지난 토요일에 BMW에 갔을 때 Transunion이 내 Credit ReportFreeze하여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해 전화를 걸었더니 Monday to Friday에 전화 걸어달라는 메시지에

오늘 검사를 마치고 CD 받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를 걸었다.

한 참을 기다려 Unfreeze하는데 PIN Code(뭔지 잊어서 이것저것 대는 데 내 생년월일)

알려주곤 마치려는 데 다시 Monthly Service를 받으라는 장황한 권고에 단호한 "NO".

CD를 받고 나와서 자동차에 자리를 하곤 자석에 끌리 듯 아해와 통화를 할 때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심박이 평상으로 돌아 온 것 같았다.

그리곤 사무실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였다.

 

오늘은 최근 들어 활동이 가장 적은 날로 기록 될 것 같은 날이다.

오전 내내 사무실에 있으면서 지난 달 자리를 비웠을 때 밀렸거나 부족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다

Liana가 휴가에서 돌아와 서둘러 하고 있는 일들을 기다리느라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잠시 외출할 일이라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그나마 자제를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움직임이 더욱 적을 수밖에 없음이다.

 

점심을 먹고 있는 데 BMWFinancing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와서는 일단 Approved,

하지만 자동차 구입자가 SSN의 본인이 맞는지 확인한다며 5년 전 Mortgage회사나 금액 등

지금은 잊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들을 물어 모른다고 했더니 아주 난감해한다.

2013년이면 먼저 회사의 쪼개진 일이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쓰러졌던 2008년 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문제가 있던 해여서 잊고 싶은 한 해의 것들을 그가 알 리가 없는 해이다.

결국 SSN CardPassport 복사 본 보내 달라는 부탁으로 대체하여 보냈지만

씁쓸해진 기분은 쉽게 가시질 않으면서 급고단함이 밀려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쉬어야 했다.

 

퇴근길에 H-Mart에 들려 콩나물, 두부, 갈치, 매생이, 냉동굴 등을 샀고

집에 와서는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였고 이후엔 쉬다가 저녁준비를 하였다.

우렁과 버섯, 호박 등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와 프라이팬에 구운 갈치,

무생채와 산해초무침이 오늘의 저녁 메뉴였다.

메인 식사를 마치곤 카마모일에 아보카도로 후식, 잠시 쉬다가

설거지에 밥솥의 밥을 퍼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건조대의 세탁물을 정돈하고 샤워,

조금 이르게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하루를 마무리한다.

몸살기가 완전히 가시지를 않아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