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차이나 - 고희영 지음
<2010년, 늦가을.
통칭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격양돼 있었다.
“저 가게를 냈어요. 내일 개업식인데 누나가 꼭 와 주셔야 해요.”
그때, 나는 허공을 울리며 지나가는 쇠종소리를 들었다. 시련과 역경을 견디고
금메달을 딴다고 한들 이만큼 감격스러울까. 가슴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이
한없이 나를 적시고 있었다.
그의 가게는 재래시장 한 켠에 자리잡소 있었다. 단순한 자전거 수리점이 아니라,
전동차도 파는 제법 규모를 갖춘 가게였다. 고향 떠나 베이징에 온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이제 부부는 이 가게에서 땡볕을 잠시 피할 수 도, 동상으로 얼어터진
손과 발을 녹일 수도 있었다.
통칭귀는 이 가게를 얻기 위해서 지난 10년 동안 부부가 한 달 평균 27만 원 벌어서
18만 원을 적금했다고 한다. 1년에 200연 만원, 10년 동안 모으니 우리 돈으로 2천만 원이
됐다. 1천만 원으로 이 가게를 마련하고, 나머지 1천만 원으로 고향에 집을 한 채
샀다고 했다.
“으와, 이제 부자네~”
그가 그렇다고 맞장구치며 활짝 웃었다. 아내 샤오리도 따라 웃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의 바람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고향에서 자전거 점포를 낼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2013년 현재도 통칭귀 부부는 시장 한 켠의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만두 한 판으로 점심을 때우며 아직도 꿈을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위 내용은 책의 마지막 쪽에 있는 전문으로 이 책의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는 글이기에
소개하는 것으로 책의 후기를 시작하였다.
이 책은 중국의 빛과 그늘, 아니 어쩌면 그늘에 가까운 이야기를 쓴 것으로
마지막이 <통칭귀의 베이징 상경기>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누더기 한 벌로 사계절을 버텨야 하는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에 살다
잠시 고향에 들른 한 사람의 말에 바람이 들어 수도 베이징으로 도망을 친 사내의 이야기다.
농민공(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도시로 와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막일을 하는 사람들)으로
베이징에 자전거 점포를 하나 갖는 꿈을 이루기 위해 월수입 1,500위안을 받아
월세 200위안, 아들 학비 200위안으로 생활비를 빼고 나면 600~700위안이 남는데
이도 점심은 아내가 싸온 도시락, 혹은 3위안(1위안 175) 짜리를 먹으며 9년을 살았지만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아들을 고향에 맡기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내용이다.
고향까지의 거리는 기차에 버스를 타고 25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먼 거리......
중국의 대도시에 있는 별7의 초호화판 호텔이 있고 한 끼에 수백만 원 하는 식사 등
빛이 있지만 베이징에만 통칭귀처럼 사는 농민공이 수천만인 그늘이 있다.
베이징의 호구(주민증 같은 것으로 베이징에서 태어나거나 일정 자격을 갖추어야 하지만
거의 모든 농민공은 이게 없어 자식들 학교도 제대로 보내기 어렵다.)가 없으면 취업은
물론 집도 살 수가 없는 현실이 중국이다.
나는 지난 3년여 간 아프리카 대륙을 10번 도 더 다녀왔다.
현지인들이 나를 보고 가장 많이 하는 인사가 “니~하오(어떤 이는 미~하오라고 한다.)”,
“나는 니~하오의 중국인이 아니고 안녕하세요의 한국인이다.”라고 외쳐도 메아리 없는 울림.
2018년 8월말 중국에서 중·아프리카 정상회담을 하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55개 국가 중
54개가 참석했는데(빠진 한 나라는 대만과 국교를 수교했기 때문) 중국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많이 들여와 상환을 못해
일부 국가는 방송국이나 전력회사의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정도라고 한다.
유럽여행을 가면 백화점이나 공항의 Tax refund 창구를 가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인,
관광은 물론 소비의 왕 중 왕이 중국인이니 아프리카 대륙에서 “니~하오”라는 인사를 듣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중국을 모른다면, 당신이 보는 모든 것은 풍경화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이 보는 풍경은 비로소 의미가 된다.>
책의 서문처럼 등장하는 첫 문장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중국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그늘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고
지난 3년여 10번을 넘게 드나들었던 아프리카에 들었던 중국말의 인사나
유럽에서 보았던 중국인들의 씀씀이는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어찌 살아야 하나?
미국 국적이니 다행이란 생각은 들지만 내 조국 대한민국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 1:1로는 충분히 해 볼만 한데 한국:중국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발 작은 국가에서 정치인들 서로 못 잡아먹어 아옹다옹 하지 말고 똘똘 뭉치면 어떨까?
아프리카 대륙의 카메룬에 갔을 때 도로의 교통표지판 뒷면에 잘린 한자가 보였다.
아마도 중국회사가 공사 현장에 걸었던 회사이름 간판을 잘라 만든 것 같았다.
카메룬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 한자를 접한 나는 알았다.
지난 번 읽은 <플렛폼 제국의 미래 - 스콧 캘로웨이>의 저자가 한국출판 기념 서문에서
지금의 한국 기업들은 현재 상태로는 4마리 공용기업(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며 방법은 하나 기업들간 연합하면 가능하다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하며 든 생각,
‘중국은 현재처럼 가면 아프리카 대륙을 삼킬 수 있지만 농민공, 혹은 그 후손들 때문에
큰 혼란을 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제발 기업 흔들지 말고 똘똘 뭉쳐서 잘 지원하여 강하게 만들면 흔들리는 중국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후기를 마친다.
September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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