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236일째, 2018년 11월 7일(수) 애틀랜타/오전/맑음, 오후/비
샛별이와 점심 먹는 날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된지 5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이후론 진얼이나 샛별이하고 식사를 한 번도 안 했다.
샛별이는 뭔가 주고받을 일이 있을 때 1년에 한두 번 만난 것이 전부고 주로 메시지로 연락,
진얼이는 지난 5월 결혼식 직전에 상견례 때 그리고 결혼식에서 본 게 전부였지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한 일이 없다.
물론 내가 적극적으로 그러자고 했으면,
아니 용기를 냈으면 만나 식사도 하고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내 성격상 그러질 못했다.
어제는 생일이 다가 오는 데 금요일 전에 만나자는 매시지에
오늘 만나자는 회신이 있어 약속을 했는데
새롭게 시작한 회사생활이 궁금하고 이야기도 하고픈 마음에
‘아빠랑 점심 같이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니
‘그래. 그럼 빨리 만나도 되요.’라는 회신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일찍 만날까 하는 생각은 잠시
그냥 운동을 마치고 예정대로 조금 늦은 점심 먹을 생각에 처음 주고받은 대로 1시 30분 약속,
먹고 싶은 거 있느냐?는 내 물음에 ‘그냥 아빠 먹고 싶은 거 먹어’라는 답신이었다.
아주 샛별이 다운, 아빠에게는 막 하던 그대로의 퉁명스러운 회신이다.
다른 사람한테 그러지 못하니 아빠에게 만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그게 내가 샛별이가 자랄 때 해 준 가장 큰 것이라 할까?
운동을 마치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청담으로 갔다.
마주 앉아 점심을 많이, 아주 많이 먹으면서 그동안 뜨문뜨문 들었던 개와 고양이,
그러니까 한라, 꼬맹이, 코코는 물론 길고양이 가을이가 지난 7월에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가을이를 닮은 여름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도 입양했다는 말을 들었다.
샛별이는 휴대폰 충전용 휴대용 Battery를 내 생일선물로 주었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가 Desktop으로 10년 전 내가 해주었던 거라
속도가 매우 느려 새 것을 사고 싶었지만 아까운 마음에 그러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생일선물로 Laptop을 한 대 사주겠다고 하니까 좋아하기에 같이 Costco에 가서 선물했다.
원래 컴퓨터 같은 것에 크게 관심이 없어 그냥 돌아가는 수준이면 만족하던 아이라 그런지
오늘 받은 선물이 생에 첫 laptop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함께 살고 있었더라면 내게 사달라는 이야기를 했든가 아님 내가 그냥 알아서 사주었을 텐데,
본인의 돈으로 사려니 아깝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는 말이 가슴을 퉁 쳤다.
Costco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은 너무 비싸니 Best Buy로 가서 조금 싼 것으로 사자기에
그냥 갖고 싶은 것 사라며 안기듯 하니 컴퓨터를 받아들곤 얼른 사용해 보고 싶다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되니 잘 쓰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H-Mart로 돌아와 몇 가지 사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쉬는 데
마냥 좋아하던 샛별이 생각에 가슴이 먹먹한 게 자꾸 창을 통해 하늘을 보게 되었다.
다음 달이면 자동차 Payoff를 하는 데 여러 번 사고가 나서 트렁크 문이 잘 안 닫히고
소음도 많다기에 다음 번 자동차 살 때는 아빠에게 도움 요청하라는 말을 하니
알았다는 말에 이어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먹먹하게 되새겨졌다.
만나기 전엔 기대감에, 만나고 나서는 먹먹한 가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선물을 했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오전 내 맑고 따습던 날씨가 집으로 내려오는 길엔 많은 비가내리면서
차장을 닦는 와이퍼가 빠르게 움직인 것도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이상한가?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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