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 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책의 내용 중 일부로 비틀즈의 리허설과 라이브 영상을 조합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렛 잇 비>를 보고 그들의 해체에 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책의 많은 내용 중에 왜 이 부분을 뜬금없이 발췌했느냐?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책을 읽으며 내 삶에서 지난날의 터닝 포인트에서
내게 영향을 줬던 인연들, 어떤 것은 다 잊었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났고,
어떤 인연은 내가 미안해야 할 사람인데 충분히 사죄하지 못했던 것도 있어서다.
후기가 왜 이렇게 꼬이지?
이 책은 조그만 동네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고민에 대한 상담을 글로 써주는 내용이지만
타이머신을 타듯 시공간을 초월한 내용을 써내려간 소설이다.
안 아이가 “어떻게 하면 시험에 백 점을 맞을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선생님에게 너에 대한 문제를 내 달라고 부탁하라. 그럼 넌 백점을 맞을 수 있다.”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명쾌한 고민과 상담의 내용이 있는가 하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30년 뒤 ‘단 하루만’이라는 한시적인 전제조건하에 상담이 이어
지는 허구적이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펑~하고 뚫어주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기적과 감동을 추리한다.’라는 제목의 옮긴이의 글에
‘인생 막판에 몰린 세 명의 젊은 친구, 빈집을 털러 갔다가 변변한 물건도 건지지 못한 채
도망쳐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차(실은 이도 훔친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캄캄한 어둠 속을
허위허위 걸어서 오래전에 폐업한 가게(세 명중 한 명이 답사 때 눈여겨 본 집이다.)로
피신한다. 한적한 언덕 위에 마치 그들을 기다려온 것처럼 고즈넉하게 서 있는 낡은 잡화점
(이 가게가 나미야 잡화점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한가운데 달이 둥실 떠 있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간과 공간이 출렁 뒤틀리(문을 열면 시간이 가고, 문을 닫으면 과거의 한 순간에 머문다.)는 데...‘
네 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터닝 포인트의 판단에 결정을 내리기위해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는 데 내가 과연 이것을 해 낼 수 있을까, 과연 이 판단이 옳을까라는 고민을 할 때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는 조언을 누군가로부터 받는 다면 어떨까?
고민과 갈등이 깊어지다 보면 고독해진다. 바다 한 가운데 버려진 것만 같고
때론 그냥 여기서 생을 마감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좌절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때 누군가에게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들어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주저리주저리 쏟아낼 말동무가 있다면 말이다.
듣는 이가 어떤 답을 주지 않아도 말하는 사이에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 내가 어떤 걸 쏟아내도 들어 줄 말동무가 있나?
옮긴이에 의하면 이 소설은 2012년 ‘중앙 공론 문예상’을 수상했단다. 시상식 자리에서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며 소개한 글로 후기를 마무리한다.
(실은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해서 훅 마음에 들어 소개하는 데 그렇다고 내가 저자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렸을 때, 나는 책 읽기를 무척 싫어하는 아이였다. 국어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이 어머니를 불러 만화만 읽을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게 집에서 지도해달라는
충고를 하셨다. 그 때 어머니가 한 말이 걸작이었다. “우리 애는 만화도 안 읽어요.” 선생님은
별수 없이, 그렇다면 만화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아하! 나도 가능성이 있는 건가?)
참 끝까지 꼬이기만 한다. 그럼에도 한 마디로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소설이다.
December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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