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송삿갓 2013. 11. 12. 05:22
 지금 들리는 음악이 뭐지?
 귀이 많이 익기도 하고
나 하고는 무슨 사연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전에는 제목도 잘 알고 많이 들었던 음악인데
틀림없이 내가 잘 아는 음악인데
그런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고
사연이나 언제 들었던 음악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의 끝을 찾으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고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내 자신이 뇌가 없는 사람처럼
아니 내가 꿈을 꾸는 것처럼
무의식이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심해지고
또 기억력이 떨어져 그러는 것으로 자위하고 싶지만
결국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으로 인한
심한스트레스와 마음의 불안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늦은 가을의 햇살이 따갑고 눈이 부시다.
나의 몸과 마음은
그 햇살의 공중을
구름다리 건너듯 출렁거리며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는 사이
음악이 생각났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대학 1학년 때 첫 불어 시간에 들었던
그 음악이고
그 동안 살면서
그 음악을 들을 때면
타이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하듯
30년 전으로 나를 이끌던
그리고 이어지는 대학생활, 연애, 결혼과 아이들....
전화가 오거나 누가 부르면 깜짝놀라
현실로 돌아오던 추억의 음악이다.
좋은 일이 많지도 않지만
웃어야 하는 일에 활짝 웃다가도
내 현실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웃고 즐길 때인가?”
자책감인지 아니면 서러움인지
그것도 아니면 양심 때문인지 모르지만
웃음과 즐거움과 행복함이 멈춘다.
잘 달리던 차가 빨간 신호등을 보고 멈추듯 말이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님 아파서 과거의 모든 것을 잃어
기억력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과정은 아닐까?
그러다
이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인생이 이런거지뭐
지금 이 순간
즐기며 사랑하면 되는 거지뭐
다시 한 번 Repeat를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v 11, 2013

'그리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날  (0) 2014.03.05
새로운 둥지를 위한 번뇌  (0) 2014.02.22
Welcome  (0) 2013.10.30
I love __  (0) 2013.10.23
도심 속에서의 나  (0) 201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