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새로운 둥지를 위한 번뇌

송삿갓 2014. 2. 22. 17:12

새로운 둥지를 위한 번뇌

 

저 멀리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어떤 건물은 오렌지 빛에 가까운 불빛을 밝히며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고 어떤 건물은

바다에서 길을 안내 하는 등대 불빛 같이

자신을 향해 오라는 듯 붉은 빛을 깜빡거리며

내 시선을 이끌고 있다.

 

낱말 맞추기 퍼즐처럼 군데군데 불이 켜져 있는

반대편 건물의 호텔의 어떤 방에서는 TV가 켜져 있고

어떤 방은 밤과 이야기 하려는 듯 은은한 조명을 겨져 있기도 하다.

조금은 한산한 거리에는 늦은 귀가인지

아니면 이른 출발인지 모를 차들이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다 신호등에 숨고르기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바라본

새벽 2시를 막 넘긴 시간의 풍경이다.

나는 어제부터 이 풍경의 장소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집이 나를 원하고 내가 이 집을 원하며 즐기던 풍경인데

이 또한 하나의 과거로 묻고 신세계를 경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있어야 할 이유보다 떠나야 할 이유가 많기 때문에

또 다른 이별을 계획하고 있지만

작지만 떠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이 집을 떠나면 저 멀리 보이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풍경도

추억이라는 창고 한 켠에 진열해야 하고

차들의 쾌속질주 모습도 그 곁에 정리해야 한다.

 

이 집을 준비할 때 나이가 들고 하우스에 사는 것이

불필요해 질 즈음에 노후를 편안하게 즐기겠다는 마음을 가졌고

집에서 멀리 학교를 다니는 아들의 거처이기도 했다.

일하다 피곤하면 가끔은 와서 쉬기도 하였고

힘들고 복잡할 때 다른 사람의 눈과 간섭을 피해 숨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다 집을 떠나 정착을 하면서 교통의 복잡한 생활권의 바뀌어

여러 가지 불편함에도 나름 애착을 가지고 즐기며 살았던 곳이다.

떠나야 하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앞섰다.

매달 지불해야 하는 적지 않은 관리비가 표면상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참아 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의 이유론 시간의 낭비다.

회사를 중간에 두고 저녁에 잠자리를 해야 하는 이곳은 남쪽,

하지만 대부분의 생활은 북쪽에서 해야 하기에

1주일에 서너 번 이상은 회사를 가로질러 남과 북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 그래서 변명거리를 만들어

게을러지려는 명분을 만드는 내 자신에 대한

각성을 바라는 질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애틀랜타의 가장 번화한 한 복판에 산다는

약간의 허영심으로 작아지는 나 자신을 위로와 격려를 하기도 하였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그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 한다는

그래서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달래며 즐기려는

안위 또한 이곳에 살아야 하는 이유의 한 몫이기도 했다.

가족과 떨어져 그래서 잊혀져가는 것을 하나라도 붙잡고

추억과 과거라는 곳과 연결고리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

추억을 과거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마음이 한 부분 또한

이곳에 조금 더 오래 자리하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였다.

홍수로 범람하는 큰 강의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타고

또 다른 새로운 곳으로 가듯 세월의 흐름과 함께

신세계를 경험 하듯 결국은 선택을 하겠지만

아쉬움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내 결단력이 부족한 성격 탓인가 하는

자책도 해 보지만 그 또한 이내 접는다.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기로 한 사람이 자꾸 내 자신을

질책하는 것은 아직도 용기와 사랑이 부족한 것 같아서 이다.

내 자신을 격려하며 용기를 불어 넣는다.

 

새롭게 맞이할 둥지,

그곳에서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몰라 조금의 두려움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나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즐기자.

다시 이삿짐을 싸고 이사를 하고 풀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애틀랜타의 야경도 바라볼 수 없고

낱말 퍼즐 같은 반대편 호텔 건물도 과거라는 틀에 갇혀

잊혀져가겠지만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미소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누려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달랜다.

 

맑은 이른 새벽녘 하늘에 야경과 어우러져

폭의 그림을 만든 반달이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나도 신호를 보낸다.

은은한 향기의 커피가 코를 자극하고 에디트 삐아프의 샹송이

돛을 미는 바람과 같이 귀를 자극하자 마음의 돛단배는

음률을 타고 평온한 항해를 출발한다.

새로운 둥지를 향해······.

Padam.... Padam... Padam... Il arrive en courant derri`ere moi..Padam... Padam... Padam... Il me fait le coup du "souviens-toi"... Padam...Padam.. Padam... C'est un air qui me motre du doigt. Et je tra^ine apr`es moi comme un dr^ole d'erreurcet air qui sait tout par coeur.

 

Feb 22, 2014 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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