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눈이 내린다.
흩날리는 작은 눈이 쌓이고 쌓여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다.
차들이 미끄러운 길 위에 엉켜 가는듯하면 멈추고
멈춘듯하면 움직이는 모습이 범람하는
강물의 흐름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움직이는 차 안의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까?
그렇게 길을 바라보다 눈 내리는 허공을 바라본다.
날 파리 떼가 서로 엉켜 날듯이 뿌려대는
눈이 안개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듯 시야를 가리자
내 마음속의 세계로 빠져든다.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하여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했으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답을 얻지 못했던
그래서 나를 못 미더워 하던 질문에서 시작하여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 해 보지 않았던
내 이야기 같지 않은 부분까지의 여행을 계속한다.
두려움, 걱정, 환희, 기쁨, 즐거움, 행복,
그리고······
아쉬움, 안타까움, 희열······
그때 그길로 가지 않았었더라면,
그때 거기에 없었더라면,
그때 그길로 가지 않았더라면······
아니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자.
그때 내가 거기에 갔기에,
그때 내가 거기에 있었기에,
그때 내가 그를 만났기에,
그래서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즐거웠고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고 그래서···
그래서···
지쳐 그만 쉬어도 되련만 계속 내리는 눈이 바닥에 쌓인다.
도로에 엉킨 차들은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움직이고
사람들은 혹여나 넘어질 새라 잔뜩 구부리고 엉금엉금 걷지만
그 옆을 따르는 어린 아이 만은 신기한 듯이 깡충깡충 뛴다.
세상은 내 마음과 관계없이 그렇다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듯
그렇게 흐르고 엉켜있는 차 안의 사람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어린 아이는 뛰다가 미끄럼을 타다 넘어질듯 말 듯 일어난다.
먼 훗날 나는 오늘을 기억할까?
기억한다면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깊은 상념에 젖은 우울한 날로?
아님 기뻐 날 뛰는 날로?
그것도 아니면 눈길을 걷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어쩌면 그냥 눈이 왔었던 아련한 하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큰 사건이나 사고를 잔치국수에 고명 올리듯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글을 쓴다. 풍경, 감정 그리고 상황을,
마음은 즐겁고 행복하게 글을 쓴다.
나만 보는 한이 있어도······,
내리는 눈과 흐르는 음악과 나를 아름답게 잘 꾸며서 말이다.
그래서 작지만 따스한 글을 쓴다.
이렇게······.
Jan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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