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늦게 일어나도 되는 토요일 이른 아침에 이른 새벽 또 잠을 깼다 머리를 깨는 듯 괴롭히는 두통 때문, 아님 깨어나자 찾아 온 두통인가 누가 일어나라 재촉도 없었고 일어나야 할 이유도 없는데 고민할 것도 번뇌할 것도 없는데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일어나 두통약이 있는 곳으로 발길이 간다 더부룩해 약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될 것 같지만 이미 한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고 물 한잔 마신다 뭘 하지? 다시 잠들면 참 좋겠는데··· 하지만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내 마음일 뿐 정신이 더욱 말똥말똥 해진다 누군가 나를 향해서 했던 말들 내가 했던 말들이 마른하늘에 번갯불 스쳐 지나가듯 뇌리를 스치며 아픈 감정과 미안함이 상처에 물이 닿는 것처럼 쓰라리며 지나쳐 간다 진한 커피 향에 조금은 템포 빠른 클래식을 찾는다 한 가지 밖에 없는 커피는 고민을 하지 않지만 선택해야 하는 음악, 머릿속에서는 무엇을 들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조금은 크게 듣고 충동이 있지만 고요한 새벽 이웃에 피해를 주지 말자는 나름 이성적 판단에 조용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음악을 생각한다 참! 지금 플레이어에 걸려 있는 음악이 뭐지? 커피 내릴 세팅을 하곤 플레이어를 켜고 음악을 틀어 본다. 비발디 4계, 이 정도면 이른 아침에 깬 몸과 마음을 달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자위하며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졸졸 소릴 내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커피머신으로 향한다 조금은 흐리고 향이 옅은 듯 하지만 내 코를 자극하고 몸에 활기를 부어 넣기에는 충분
다운타운의 마천루가 보이는 창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책상 위의 꽃병을 한켠으로 밀고 노트북 컴퓨터를 연다 그리고 잠시 생각 무한 질주의 궤도 위에 나를 밀어 넣고 잠시도 쉴 틈도 없이 나를 몰아 세웠던 나, 조금이라도 게을러질까 노심초사하며 끝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때론 허허벌판 같은 곳에 나를 던지며 넌 여기서 살아남아야해, 그래야 네가 성공할 수 있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네가 꿈꾸던 가정을 이루며 사는 거야 했던 나, 남들이 부러워하던 오락이나 스포츠마저도 내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꿈과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치부하던 나, 나는 왜 그렇게 나를 끝없이 몰아 세웠을까?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날 위로하고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잘 살아 보자는 막연하지만 희망이라는 마음을 다지며······ 그 사이 두통이 가라앉았고 비발디의 4계는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을 노래한다 내 몸과 마음을 세팅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조금은 늦게 일어나도 되는 토요일 아침에 March 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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