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울리기 전인데도 눈을 떠진다.
시계를 바라보니 일어나야 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냥 일어날까 하지만 낮아진 기온 때문에
푹 뒤집어 쓴 이불에 살짝 나온 시린 코끝까지 이불을 덮으며
쉬는 날인데 알게 뭐야 하며 게으름을 피워 본다.
그럼에도 머지않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몸을 움직인다.
늘 그러했듯이 일기예보를 보기위해 TV를 켜고
삶은 검은콩, 호두, 방울토마토, 꿀 가루, Skim Milk를 믹서에 넣고 간다.
그리곤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 함께 내 방식의 우유를 마신다.
왜 나는 약을 먹어야 하고 왜 나는 이런 아침을 먹어야 하나?
그럼에도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라는 위안으로 아침을 즐긴다.
정돈되어 있는 음악 CD들 있는 곳으로 향한다.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나를 즐겁게 하지?
우아하게 클래식을 들을까? 피아노, 바이올린, 아님 첼로, 관현악?
오랜만에 팝송을 들을까? 컨츄리, 아님 영화음악, 여자, 남자?
아하! 성악은 어떨까? 루치아노 파파로티, 조수미, 도밍고, 카레라스?
아니다 트로토를 들어볼까? 나훈아, 이미자, 현철, 장윤정?
내가 왜 이리 방황을 하지? 내가 이렇게 헤매는 사람인가?
그럼에도 결국은 대학시절 듣던 통기타 음악으로 볼륨을 올린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외출준비를 한다.
이를 닦고 샤워를 하면서도 음악에 몸과 영혼을 태워 하늘을 난다.
풋풋한 시절 젊은 패기, 열정적인 사랑, 억제했던 불타는 욕망,
내가 가는 길에 거칠 것이 없다던 사회 초년병시절, 그리고 찾아온 좌절과 혼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지난 젊은 시절의 장면이 흘러 지금의 나에 멈춘다.
오늘 내가 어디를 가지?
아하! 갈 곳이 없다.
오라는 곳이 없다.
그럼에도 흐르는 통기타 음악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Jan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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