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송삿갓 2020. 3. 30. 10:05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파리의 아파트>, <브루클린의 소녀>, <센트럴 파크> 또 뭐가 있지?

내가 읽은 기욤 뮈소의 소설들인데 이번 <아가씨와 밤>처럼 단숨에 읽은 책은 없다.

물론 개중엔 술술 읽으면서도 다른 일을 하느라 아님 맛있는 반찬 천천히 먹는 것처럼

했을 수도 있지만 이번엔 단 하루에 아니 반일에 마지막 장을 넘겼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4대인데 바탕화면이 앙티브 곳에서 바다를 향해 찍은 사진으로

오른쪽은 상쾌한 파랑색의 지중해고 왼쪽은 피카소 박물관 중앙의 흐릿한 먼 곳은 니스해변,

그러니까 중앙과 왼쪽의 중간쯤은 St, Paul de Vence 등으로 이 소설의 주요무대다.

이 소설의 년도가 2017년이니 나는 1년 전 즈음에 다녀왔으니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여행의 추억을 더듬었다.

 

저자가 이 작품을 경찰에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스릴러라는 특별함을 이야기하였지만

모난 돌을 세심하게 다듬어 빈틈없이 잘 만든 성곽 같다고나 할까?

스릴러의 대부분이 읽는 사람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가슴 졸임과 후련함이 있지만

이 소설은 초기부터 별 의미 없을 것처럼 쓰여 진 이야기도 다 읽었을 땐

조그만 것 하나도 허튼 이야기가 아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숨 막힘이 이어진다.

조금 건방을 떨며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엄청나게 재미있는 스릴러란 의미다.

 

인간들의 생각이 얼마나 복잡한지 따져봐야 소용없다. 우리는 여러 개의 삶, 이해하기

어렵고 상반되는 욕망으로 얽혀있는 삶을 동시다발적으로 살아왔다. 우리의 삶은 소중하지만

동시에 덧없고, 무의미하고, 고독했다. 우리의 삶은 진정으로 통제 가능한 적이 없었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나 실수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도 하니까. 한 마디의 말,

한 순간 반짝 빛나던 눈망울, 잠시 입가를 스친 미소처럼 지극히 사소한 요소들이 우리를

한껏 들뜨게 하거나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삶은 불확실성이 관장하는 영역이고

인간의 마음은 바람 부는 날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게 마련이니까.

우리는 그저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모든 일들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면서

세상의 온갖 혼돈을 잘 견디고 있는 척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본문 중에서-

 

책을 다 읽고 하루가 지나서도 여운의 꼬리를 잡고 뭐가 내 마음을 그리도 사로잡는지

다시 책을 들어 뒤적이다가 거의 끝부분에 있는 본문이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나 역시도 마찬가지) 내 삶을 내가 잘 조절하며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아 내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정말 맞았어.’하며 그 기분을 만끽하고 즐기며 말이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툭 던진 한 마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어떤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며칠 밤잠을 설치거나 인생의 항로가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고 위의 글처럼 그저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사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틀대로 살지 않는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잘 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그런 명분만의 사랑이 아니라 모성애 같은 진정한 사랑은 칠흑 같을 어두움도

밝음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비록 도덕적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책을 덮고 한 참 허공을 바라본다. 머릿속으론 앙티브의 추억을 더듬으며......

 

March 26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