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송삿갓 2020. 3. 31. 05:32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요리를 한다는 것은 법석 떠는 과정을 가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낄낄대며 웃었던 경험은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그러곤 이 책이 처음이었다.

거기다 통쾌함까지 만끽했으니 이 책을 선택해 읽은 내가 대단하다고 할 밖에...

어떤 이는 이런 책을 쓴 저자가 더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당연히 내가 더 대단...

 

이 책에서 현학자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하는 단어 혹은 문장이 수시로 나오는 데

특히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혹은 현학자가 요이를 해주는 그녀는 볼드체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고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현학자는 자신을 늦깍기 요리사라 칭하는 저자를,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

아마도 그의 배우자로 추정되는 데 왜 자신을 현학자라고 표현했을까?

책의 주석엔 현학자의 원문은 ‘pedant'로 이의 뜻은 학식을 자랑하는 뽐내는 사람

아니라 실속 없는 이론이나 빈 논의를 즐기는 깐깐한 공론가라고 하는 데 영어사전에선

(특히 무엇을 배우거나 가르칠 때) 지나치게 규칙을 찾는[세세한 것에 얽매이는]사람이란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요리를 위해서 요리책, 즉 레시피를 따라하는 데

잘 되지 않거나 아니면 레시피 자체가 엉터리임을 수 없지 지적하는 내용이다.

어떤 경우는 요리책의 저자가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의 친구라고 밝히고서도

문제를 거침없이 조목조목 지적하는 내용도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요리책 저자들이 레시피들을 완벽하게 완성해서 출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실제로 테스트하고, 양념과 어휘 선택을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정확성을 획득한 다음에야 우리에게 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

요리책 저자는 요리할 때 당연히 자기가 쓴 레시피를 우리처럼 성경 구정 신봉하듯 그대로

따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리사는 같은 레시피를 반복하지 않는다.

요리사, 재료, 레시피, 완성된 요리는 절대로 매번 똑같을 수 없다. -본문 중에서-

 

요리를 조금 아는 사람, 특히 요리책의 레시피를 신봉하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낭패를 본

현학자들이라면 이 본문이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엄마의 손맛을 좋아하고 그리워한다. 요리책을 보지 않고 만드는 데도

맛있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자란 사람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 주면 내가 엄마의 요리에서 감탄했던 말 맛있다.’를 수시로 듣는다.

여기서 잠깐, 그럼 내가 만든 요리를 내가 맛을 봤을 때 어떨까?

같은 재료로 같은 요리를 만들어 맛을 보면 매번 같은 맛일까?

 

나는 요리사인 아버지를 닮아선지 아님 본 게 많아 그런지 요리를 제법 한다.’

말을 듣는데 같은 재료로 같은 요리를 해도 맛이 매번 다르고 때론 엉망이다.

하지만 먹는 사람은 맛있다.’로 칭찬을 하는 데 그게 정말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요리들의 대부분은 요리책을 보지 않고 만드는 것들이다.

내가 요리책을 보지도 않고 잘 만든다는 거드름이 아니라 만일 요리책의 레시피를 보고

만든다면 더 엉망일 정도로 요리책의 해독능력이 떨어짐을 뜻한다.

 

현학자의 원칙 15b, 이 조항에 따르면 재료의 분량(요리책의 레시피에서)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경우, 좋아하는 재료는 많이 넣고 그저 그런 건 조금만 넣고 좋아하지 않는 건

아예 넣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내 실력이 좋지 않음에도 내 요리를 먹는 일부의 사람들이 맛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현학자의 원칙 15b항과 같이 먹는 사람이 좋아할 재료를 많이 넣는 편이다.

내 요리를 가장 많이 먹는 내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책에서처럼 표현함을 용서)에게

짬뽕을 해 준다면 짜지 않고 매콤하게 국수(그녀가 국수를 좋아하지만)보다는 해산물,

그 중에서도 굴(그녀가 특히 좋아하기에)을 많이 넣고 요리를 하는 데

찰랑거리는 국물위로 해산물이 잔뜩 보이게(식당에서는 원가 때문에 절대 그렇게 못한다.)하면

이미 코와 눈으로 맛있다.’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요즈음은 요리책이 아닌 동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기에 실수 할 가능성이 적지만

이 책에서 지적한 재미있는 한 부분은 요리책의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준비하러 장에 가면

꼭 한두 가지가 없거나 잃어버려 그 대로 따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리책이든 동영상이든 현학자처럼 따라하려는 노력하려다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레시피는 그냥 참고로 저자의 원칙 15b를 따르는 게 최선책이 아닐까?

 

이 본문을 소개하며 이 책의 후기를 마친다.

도와줘요!‘라는 말로 그 이메일은 시작되었다.’달걀노른자 20그램은 얼마큼이죠? 그걸

어떻게 재죠? 무게가 너무 나가면 반으로 줄일까요?“

 

하나 더

[간소한 프랑스 음식]이란 책 조심해야 한다. 제목의 세 단어 중 첫 단어는 위장 폭탄이다.

 

March 3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