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761일째 2020년 4월 15일(수) 애틀랜타/맑음
안방, 건너방, 조그만 툇마루, 부엌, 그리고 부엌 위에 창고로 사용하던 다락방
부엌문을 나가면 바로 공동우물, 바로 그 옆이 장독대
화장실이 없어 언덕을 올라가 공동화장실을 썼다.
병자호란 때 임금님이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다 오금이 아프다며 쉬었다고 해서
동네 이름이 오금동이라 했었다는 데 확실하진 않다.
암튼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라 했다.) 2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이사와 처음 살던 곳
6평짜리 작은 집의 구조와 동네 이름이었다.
달리 갖고 싶은 건 없었지만 돈을 내고 TV를 보던 아이들이 보난자라는 미국 서부의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를 할 때 난 완전한 외인이어야 했던 이유는 TV를 볼 형편이
안 되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 무리에 끼고 싶었던 게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저녁 늦게 그 방송을 할 때 TV가게를 기웃거리다 문틈으로 혹은 누군가 문을 열면
흘낏 보여 지는 흑백화면에 코쟁이들이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약간 삐딱하게 권총을 맨
모습만으로도 뭔가 크게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부모가 내 집이란 걸 가지고 있었으니 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월세나 전세 같은 뜻을 모르던 나이이니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나는 못하는 게 TV 보는 거였으니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다른 물욕이 크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라고 생각해 보면
그 때가 조금은 생각이 있었던 나이가 되어 뭔가에 갈증을 느꼈고 그게 자라 사회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남아 있다가 제일 먼저 열심히 한게 책을 사고 읽는 거였다.
그리고 뭔가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꼭 가져야 하는 건지, 필요한 건지 신중을 기하지만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을 다하는 고집도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마구 퍼붓는 짓은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총동원 하는 데
머리를 쓰는 일이면 자신을 가지고 궁리를 해서(좋은 말로 작전을 짜서) 행동으로 옮긴다.
지난 주 토요일 박·안 사장, Eric 등과 골프를 할 때 안 사장이 힘겹게 Push Cart를 밀며
자신도 E-bay에서 전동카트를 샀는데 다음 주말부턴 쉽게 걸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E-Bay에 Remote Control이 되는 Sun Mountain RC1 Bettery Powered Cart가 나와
있는데 1690달러짜리가 팔리지 않아 1000달러에 다시 경매를 한다는 말도 했다.
“송 사장 관심 있으면 한 번 해봐~”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게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구입할 때부터 사연이 많다가
이제 사용할 만 하고 충분했지만 귀가 솔깃하면서 “나중에 보도록 하지요.”라는 대답을 했다.
골프를 마치고 찾아보니 몇 개가 Bidding을 하는 데 유독 그 한 개만 1000달러고
Bidding 마감이 오늘 오후 였고 Best offer option도 있어 900달러에 offer를 했는데
24시간 동안 답이 없더니 Seller가 option을 Deleted했다.
지금 있는 것도 잘 되는 데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곰곰이 하는 중에
어제 박 사장, Eric 등과 골프를 하는데 우리 뒤를 따르는 사람이 Remote control하며
카트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관심이 가졌다.
지난 주 토요일 Best offer option에서 900달러를 Try했던 건 그냥 간 보기 같은 거였지만
갑자기 관심이 가져지니 오늘이 기다려졌는데 오늘도 골프장에 우리를 뒤 따르는
어제와 같은 사람의 카트를 보곤 더욱 욕심이 생기면서 이건 가져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최대 목표가를 1200달러로 생각하고 Bid에 붙어보는 걸로 머릿속을 굴렸다.
어제까지 한 사람이 Bid를 했는데 그를 따돌릴 궁리를 생각하며 내 작전은
그가 Auto Max bid를 했으면 10분 전부터 달려들고 아니면 마감 10초 전에 한다는 계획.
그런데 오늘 오후에 보니 또 한 사람이 약간 높은 1050달러에 Bid를 한 것으로 보아
두 사람 모두 Auto Max Bid는 아닌 걸로 추측이 되었다.
마감 1분 전 두 사람이 Bid를 주고받는 상황이 컴퓨터로 떴고 나는 20초 전에 할 생각,
원래는 마감 10초 전에 들어갈 생각을 했지만 혹시 인터넷에 문제가 생길까 해서 20초.
전에 한 번 10초 전에 Bid를 했는데 인터넷이 느려 내 금액이 들어가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20초 전 Bid할 수 있는 금액이 1100달러, 그래서 Bid를 눌렀는데 벌써 그 액수는
누군가 해서 1125달러에 하겠느냐는 물음에 5초전 [Bid] 버튼을 눌렀고 끝남과 동시에
내가 Winner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 순간 갖고 싶은 것 별로 없었지만 보난자를 보고 싶어 했던 오금도 생각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내 욕망이 엉뚱하게 지금으로 연결 된 것처럼 말이다.
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 보난자를 찾아보다가 너무 길고 재미없어서 웃었던 기억도 난다.
오늘 골프를 하면서 이상하게 많이 고단했는데 이유는 확실하진 않지만
기침이 자꾸 나는 게 신경이 쓰여 그랬던 것 같았다.
아해가 권했던 Zyrtec을 먹으며 내일은 좋아지기를 바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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