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보금자리에 돌아왔다

송삿갓 2014. 3. 27. 09:16

오랜만에 돌아왔다. 멀리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건물들이 보인다.

붉은 석양의 빛을 받아 오른쪽은 금빛으로 석양의 반대쪽인 왼쪽은

조금은 짙은 그림자가 입체감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다운타운의 중간 중간에 있는 나무들이

제법 푸른빛을 띠는 것이 점점 봄의 깊이가 더해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심정은 먼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잠시 꿈을 꾸다 깬 것이라고나 할까?

분주히 움직이는 차들을 보며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고 안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뭔가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래 음악이 빠져있다.

그래 그런지 고요함 속에서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지나 온 내 삶을 회상한다.

지금의 길을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내가 가는 곳이 곳 목적지라며 본능처럼 달렸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그것이 행복이며 내 삶의 목표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꽉 찬 알토란같다고 아니 그런 줄 착각하기도 했었다.

하나가 무너져버리고 또 한 꺼풀이 벗겨질 무렵에서야

누군가 벗기려 들면 쉽게 벗어 던지는 양파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버텨보려고 애를 써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내 바램이나 희망이었을 뿐

허물 벗어지듯 내 속살을 들어내며

작고 왜소한 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내 모습에 쓸쓸하기도 하고 허전함과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홀가분하고 편안해 지는 마음이 점점 더해만 간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갈망하고 원했던 삶 이었던 것처럼

아님 너무도 빨리 익숙해진 삶처럼 안정감이 와 닿는다.

이제는 길을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질주 하지도 않을 것이고

작은 실수에도 노심초사하며 변명거리를 생각해야 하는 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조금은 흩으러 져도 미안해하거나 눈치 보지 않을 것이고

힘들면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기쁘면 내 자신에 칭찬하며 이 자리에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한

나를 격려하는 자위라 할지라도

이 자리에서 이렇게 느끼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보금자리에 돌아와 느끼는 포근함처럼 말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March 26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