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884일째 2020년 8월 16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8. 17. 10:35

천일여행 1884일째 2020816() 애틀랜타/맑음

 

두부 많이 넣어주세요.”

내가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하면 아해가 부탁하는 말이다.

내가 예쁘게는 잘 못해도 맛있게는 할 수 있고 원하는 건 더 많이 넣어 줄 수 있어요.”

정말 예쁘게 하는 건 별로인데 맛있게 하는 건 나름 할 수 있기에 그렇게 한다.

예쁘지 않아도 내가 만들면 좋은 게 뭔지 알아? 맛있는 거,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거지.“

보통은 혼자 먹을 김치찌개를 끓일라 치면 두부는 반 개만 넣는 데 아해의 부탁에

한 개를 다 썰어 넣으니 때론 김치찌개인지 아님 두부찌개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해가 원하는 것이니 즐거움으로 만들어 잘 먹는다.

풍년떡집에서 포기김치를 산 게 지난 1월이었나?

잘 먹고 한 덩어리는 남겨 묵은 김치가 되도록 곰삭혔다.

올 여름 이전에 아해가 다녀갈 것으로 생각하고 고등어찜을 하든가 아님 김치찌개를 위해

남겨둔 것인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오고가는 길이 막혀 지금까지 묵혀두었는데 이게 언제

풀릴지 모르니 더 오래두면 아예 먹지 못할 수도 있어 오늘 김치찌개 끓이는 것을

결행하였는데 두부 한 개를 몽땅 썰어 넣은 것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돼지고기에 버섯을 넣고 푹 고듯이 끓였더니 김치맛이 좋아 그런 건지 차원이 다르게

맛이 좋아(다시다를 넣어 더 그런가?) 한 사발을 몽땅 먹었는데 정말 두부가 반은 되었다.

매콤하면서도 약간 신, 가지만 구수한 맛도 풍부하니 더울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골프라도 할 수 있으니 좋은 거지.”

오늘 아해와 통화를 하면서 아해가 했던 말이다.

아해가 골프를 배워 막 재미있어 할 시기인데 한국에 있으니 취미를 즐기지 못하고

거기다 허리까지 아프니 아해에게 골프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오늘은 아해가 먼저....

골프장에서 부부가 골프하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면서도

그러한 것을 아해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이야기의 주제가 제한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이 1번과 10번 동시 출발 후반 9에 교차하는 시스템의 두 번째 날,

교차 시작의 복병에 걸려 내가 머리를 쓴 게 허탕이 되었다.

첫 티 타임에 Mrs. 송 등 여자 세 분이었는데 거기에 Join한 것은 여자들 보다

조금 먼저 혼자 출발해 빨리 끝낼 속셈이었지만 백 9에 들어서니 10번 시작 그룹이

끝나지 않아 기다렸다 그들 뒤를 따르니 전반을 혼자 빨리 마친 게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지금처럼 교차출발을 하면 첫 팀으로 나가더라도 빨리 끝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골프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점심 먹고 족욕, 그리고 한 숨 낮잠에 이어 세탁기 돌려 널고

늘어져 쉬다가 저녁을 먹고 아해와 통화하고 정리하는 등의 통상적인 일요일을 보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