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4월의 첫 월요일 아침에

송삿갓 2014. 4. 7. 20:59

비가 내린다. 아니 퍼붓는 표현이 옳은 것 같다.

간간히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거리고 천둥이 치며 세상을 울리고

들이 부어지는 비는 도로를 흥건히 적신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물을 달리는 보트와 같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낙엽이 가득한 도로를 달리는 차 뒤에 흩날리는 나뭇잎과 같이

뿌연 물안개가 차 뒤를 따른다.

멀리서 보이던 다운타운의 마천루는 비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같이

아님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들어 내길 거부하는 신비의 세계같이

멀리 갈수록 짙어지는 그라디션의 희뿌연 안개가 세상을 가렸다.

 

참아내기 어려운 두통이 있고 속이 니길 거리며 자꾸 구토 증이 올라온다.

도움을 받겠다고 먹은 약이 두통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약으로 약해진 위를 뒤집어 쓰리게 하며 속만 더 울렁거리게 한다.

이럴 땐 내가 할 방법이 없다.

혼자 몸부림 치고 혼자 달래 보기도 하고 배를 움켜잡고 굴러 보기도 한다.

 

이런 게 혼자 사는 아픔이고 그래서 누군가 필요하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어쩌랴, 내 몸과 마음을 달래며 견뎌야 하는 것을...

뭔가 다른 것을 하며 집중하면 견디기 쉬울 것 같아 이것 저것 시도해 보지만

자꾸 지쳐만 간다. 흔히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까물어쳐 가는 느낌이다.

이 놈에 두통이라도 가라앉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달래본다.

이러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고 싶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내는 소음

그리고 길 건너 호텔에서 차를 안내하는 호루라기소리

창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눈에 보이는 잿빛하늘

쿡쿡 쑤시는 두통, 니글거리는 속

그리고 그것을 지휘하려는 오케스트라 같은 나,

아니면 춤추는 발레리나,

그렇게 하루를 맞이한다.

4월의 첫 월요일 아침을......

 

Apr, 7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