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146일째 2021년 5월 5일(수)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송삿갓 2021. 5. 6. 10:27

천일여행 2146일째 202155()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박 사장도 TV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요?”

. 사장님도 그러세요?”

. 박 사장도 그렇구나.”

“TV보다 눈물 흘리면 와이프가 보곤 웃긴다고 해요.”

노래를 듣다가도 눈물이 나요?”

아니요. 저는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사장님은 음악 듣다가도 눈물이 나세요?”

. 내가 요새 남도창과 판소리 같은 것에 꽂혔거든요.”

그러세요?”

창이나 판소리 같은 걸 들으면서 가끔은 시를 읽는데 그게 맞아떨어질 때 눈물이 납니다.”

저는 창이나 판소리 같은 음악 보단 클래식을 듣습니다.”

클래식을 듣다가도 눈물이 나곤 하는 데, 최근에 듣는 창을 들으며 승무를 읽는데

어찌나 마음이 울컥 하던지...

그 부분 있잖아요.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에서

삶의 번뇌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냐는 뜻 같아서 뭉클, 뭉클...“

 

실은 노 혜경의 살풀이를 들으며 자꾸 승무를 떠올리곤 하는 데

시를 다 외우지 못해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음악과 어우러져 읽는데 한 참을 푹 빠졌었다.

 

승무(僧舞) -조 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자동차에서 운동을 갈 때,

그리고 집으로 내려올 때 음악을 들으며 가끔은 팔을 들어 춤사위를 넣었다.

 

오늘은 박 사장과 둘이 걸었는데 어제 내렸던 많은 비 때문에

코스가 젖어 있었지만 햇살이 강하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여서 더욱 즐겁게 잘 놀았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